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Jun 24. 2019

18. 스마트워크는 단순하다

전기밥솥과 전기오븐으로 본 스마트워크 솔루션의 특징

좋은 제품은 기본 기능에 충실하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가전제품들이 하나둘 고장 났습니다. 제일 먼저 전기밥솥이 고장 났습니다. 주말에 하이마트에서 전기밥솥을 살피다가 전기오븐에도 관심을 생겼습니다. 하이마트 직원은 두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할 수 있는 레시피도 알려주었습니다. 전기밥솥은 백숙, 감자탕, 약밥, 닭곰탕, 닭죽 등의 국물 요리가, 전기 오븐은 생선 구이, 닭구이, 만두, 빵, 쿠키 등 구이 요리가 가능했습니다. 전기밥솥과 전기 오븐만 있다면 이 세상에 못 할 요리는 없는 듯했습니다.


   집사람은 전기 오븐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쿠키를 만들어 줄 수 없다고 했고, 최신 전기밥솥만 있다면 맛있는 요리를 자주 해 먹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직원에게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이마트를 나왔습니다. 직원이 제시한 파격적인 할인을 무시하고 좀 더 인터넷을 검색해 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온통 최신 전기밥솥과 전기오븐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요리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점심을 같이 먹는 동료들에게 최신 전기오븐이 얼마나 저렴하고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는 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필자 : 최신 전기오븐은 가격도 저렴하고 할 수 있는 요리도 정말 많더라고요. 이제부터 집에서 쿠키고 굽고, 생선도 굽고, 빵도 구워야겠어요. 

동료 : 전기오븐은 저렴한 것을 사는 것은 좋아. 하지만, 전기 오븐에 생선이나 고기를 굽는 순간 빵은 구울 수 없어. 고기 기름과 생선 냄새는 쉽게 없어지지 않아.


   그리고, 최신형 전기밥솥을 구매한 동료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동료 : 우리도 작년에 비싼 전기밥솥을 샀어요. 집사람이 믹스를 사다가 빵도 만들더군요. 갈비찜도 한 번 요리했어요. 맛은 있었지만 기름기 청소가 쉽지 않더라고요. 문제는 며칠 동안 밥에서 갈비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지금은 전기밥솥이 밥만 합니다. 말하는 전기밥솥이죠.


   결국, 전기오븐을 구매한 동료는 생선 구이 전용 오븐으로 사용 중이고, 냄새가 심해서 배기구를 따로 설치했습니다. 생선 구이는 전기오븐이 아니라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최신형 전기밥솥은 밥만 맛있게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요리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은 요리 기구가 없어서 요리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싫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요리 기구가 없어서 요리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싫어하는 것이다

   

   필자는 전기오븐은 사지 않고 전기밥솥만 구매하였습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수십 가지 요리 기능이 아니라 밥만 잘되는 전기밥솥이었습니다. 집사람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집사람이 스스로 전기오븐은 사지 않았습니다. 




외국 통신사들이 제품을 대하는 방식  

   지인은 오래전에 가정용 소형 음성 게이트웨이 (Voice Gateway)를 만드는 국내 회사에 다녔습니다. 그 기업은 저렴한 비용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형 음성 게이트웨이를 한국의 통신사에 성공적으로 납품했습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요구 조건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은 전 세계에 어디를 가도 성능과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 기업은 호주의 여러 통신사들에게 제품을 납품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지인은 오랫동안 제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고, 호주 담당자들은 매우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납품할 제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품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기능이 너무 많군요.
우리가 원하는 기능 이외에는 빼주세요

  

   지인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통신사들은 평생 한 번도 쓰지 않을 기능을 요구했고, 지인은 개발자들과 함께 며칠을 밤새곤 했었습니다. 불필요한 기능은 장비 테스트 현장에서 급하게 개발되었고, 기능과 기능 간의 충돌과 성능 문제가 항상 생겼습니다. 제품을 안정화할 수 있는 로직을 만들기도 전에 눈 앞의 버그를 해결하기 바빴습니다. 오래 전의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가정용 제품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습니다.  제품의 장애가 발생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문제를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교체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은 기본 기능에 충실한 것들입니다. 기능이 많을수록 성능이 좋을수록 좋은 제품이 아닙니다. 필요한 기능이 정확히 잘 동작해야 좋은 제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본 기능이 정확히 동작하는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기능이 더 많이 지원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이 많을수록 제품의 고장과 버그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제품이 안정적이고 좋은 제품입니다.. 


기능이 많을수록 좋은 제품이 아니라 
단순할수록 좋은 제품이다 


   우리는 이런 일이 너무 많습니다. 스마트 TV와 3DTV, 그리고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에 수많은 앱들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앱들은 잘 쓰지도 않는 기능들을 덕지덕지 붙여 놓고 기능이 많다고 자랑합니다. 기능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하고 버그나 장애를 일으키는 요소일 뿐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지만, 제품을 선택하는 순간 잊어버립니다. 물론, 많은 기능이 필요한 전문가용 제품도 있습니다.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 제품은 절대로 아닙니다.  



스마트워크는 단순하다   

   네이트온 메신저, 스카이프 메신저, 핫메일 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PC 기반의 메신저가 편리하다고 기업의 수많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연결하면서 확장성과 안정성이 떨어졌습니다. 원인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한번 시작된 흐름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PC 기반의 메신저가 느려지고 채팅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메신저는 기업용 메신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워크는 전문가용이 아니라 일반 직원용입니다. 똑똑한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전기밥솥처럼 누구나 버튼만 누르면 밥을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스마트워크용 솔루션은 얼마나 단순한 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가로 판단한다면, 또다시 메신저의 전철을 밟을 것입니다. 


   스마트워크는 전문가용이 아니라 일반 직원용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7. 이메일의 종말(Email is Dea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