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대 Executive MBA 과정의 40명 여명의 직업을 살펴보면, 임원, 영업, 마케팅, 그리고 재무 관련 직업이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몇몇 은행은 해마다 수십 명을 선발하여 금융 MBA 코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학부 시절에 공부한 내용과 다년간의 사회 경험을 통해 직관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현재 하는 일을 더욱 잘하고 다른 부서의 업무를 잘 파악하기 위해 선택하신 분들입니다. 또한, 임원이나 간부급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엔지니어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습니다. 다른 MBA 스쿨의 직업 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MBA 스쿨의 아버지 격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졸업생 (Alumni) 들의 직업 분포도를 찾아보았습니다. 역시나 Engineering의 비율은 0.6%에 불과했습니다.
자료에서 보듯이 MBA는 임원이거나 임원이 되실 분들이 다니는 것이라는 통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엔지니어가 왜 MBA를 다녀야 하는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결과입니다.
MBA는 기업의 경영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경영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주로 공대를 나와 자신의 기술을 갈고닦는 데 집중하다 보니 더 공부하고 싶더라도 공학석사를 선택하지 경영학 석사를 하지 않습니다. 필자는 엔지니어로써 MBA를 다니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엔지니어에게 MBA는 어떤 의미가 있을 까? 경영 전반을 이해하고 경영 마인드를 갖는 것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는 가?
몇 년 전에 MBA를 마친 후배에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필자 : MBA를 마치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엔지니어가 무슨 MBA냐? 사장할 것도 아니잖아!
동한 : 선배님! 요즘 엔지니어가 MBA를 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필자 : 엔지니어가 기술만 알면 되지 다른 곳에 눈 돌리는 순간 끝이다. 선배가 많이 봐왔다. 여기저기서
길지 않은 만남에서 자세히 물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필자가 비용 대비 효과와 MBA를 졸업 후 달라진 점등을 물었다면 이야기는 산으로 갔을 것입니다. 그는 MBA를 마친 후에도 엔지니어로써 살고 있지만, 마음가짐이나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ROI (투자비 회수, Return of Investment)에 대한 고민 없이 MBA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엔지니어들이 MBA 시장으로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엔지니어들에게 MBA로의 진학을 유도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엔지니어가 MBA를 마친다면 좋은 점과 연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경영 대학원은 엔지니어 출신들의 MBA 수요를 끓어들이기 위해 테크노 MBA라는 과정이 만들어졌습니다. 테크노 MBA의 커리큘럼을 보면, 경영 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공학 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 경영을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물론, 4차 산업, 빅데이터, AI, IoT 등의 조미료는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필자가 테크노 MBA를 다녀보질 않았으므로 커리큘럼과 신문만을 보고 판단한 것입니다.
외국이나 한국이나 경영 대학원의 새로운 고객층은 엔지니어들입니다.
요즘 인재상의 화두는 융합형 인재입니다. 융합형 인재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어 성공하면서 시장에 퍼졌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전자 공학자 또는 개발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로 융합형 인재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우리나라는 이과생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고, 문과생에게 과학적 소양을 가르친다는 허튼짓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음악, 체육 등의 예술적 소양을 배양하면서 전문 분야를 갖춘 전인교육을 했었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 상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한 때 천재론이 반짝했으나 사라지고 지금은 집단 이성을 중시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라를 뽑아서 하나의 프로젝트에 투입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을 모아놓으니 서로를 배려하고 중재하는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면접에서 프로젝트를 주고 서로 어떻게 일을 하는 지를 지켜보고 뽑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토론과 토의를 가르치면서 함께 일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함께 일하는 법을 아는 것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상대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나 할까요?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만나서 아무리 함께 일하려고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인문학자는 과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전문 지식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해졌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놓아도 서로가 융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융합 연구 프로젝트가 인기를 끌면서 연구비를 탈 때만 인문학 교수와 공대 교수가 만난 후에 성과 발표는 각자 한다고 합니다.
지금 시대에 요구하는 인재상인 융합형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선호하는 인재는 오래전부터 융합형 인재였는 지도 모릅니다. 오래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라와 엄청난 댓글을 양산하게 했던 "대기업 인사팀 18년 차의 조언"이라는 글을 꺼내 봅니다. 매우 사실적인 현실 인식과 조언은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 기업이 요구하는 최고의 인재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상적인 인재
공학적 지식 + 경영 마인드 + 어학 + 인간관계(정치)
기업에서 필요하는 인재는 공학적 지식, 경영 마인드, 어학,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한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공학적 지식은 인과론에 의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대를 졸업한다면 확실한 공학적 지식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경영 마인드는 기업의 운영 체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 결정이 회사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학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어는 기본이고 다른 언어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는 적을 만들지 말고 사람들과 협업을 잘하는 능력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4가지 능력은 인재에 필요한 당연한 것들입니다. 4 가지 능력을 갖춘 이상적인 인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은 이런 인재를 끊임없이 찾아다닙니다.
지난 20여 년간 엔지니어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걱정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엔지니어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입니다. IT 업계에 50을 넘긴 엔지니어를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비슷한 연령대의 엔지니어들은 인생 이모작을 고민하기도 하고, 일치감치 영업이나 다른 직군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필자는 4 가지 능력을 갖춘 이상적 인재는 마음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필자는 4 가지 능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 지를 고민하였습니다.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들이 필자가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을 더 중요시하였습니다. 즉, 확실한 결괏값을 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로 하였습니다.
공학적 지식은 공대인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20여 년간의 엔지니어 생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필자가 5년의 경력을 추가하거나 더 큰 업적을 쌓더라도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학은 영어를 선택했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영어 공부 중이었습니다. 필자는 '내 인생의 마지막 영어 공부'라고 정하고 년간 1,000시간의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태어날 때부터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고 사람도 친한 사람 위주로 만나는 편이라 인간관계가 넓지 못합니다. 따로 공부할 수 도 없어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영마인드를 갖기 위해 고민을 하였습니다. 경영 마인드가 경영 서적을 읽는다면 좀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경영 능력을 인정받기가 어려웠습니다. MBA 입학을 신중히 고민하였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엔지니어에게 MBA가 필요한 가라는 고민부터 떠올랐고, MBA 학비 대비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사람이 한 분야에서 거의 20년을 일을 하면 누구든지 전문가가 됩니다. 20년 경력의 엔지니어들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을 합니다. 하나는 더욱더 깊이 있게 기술을 갈고닦기 위해 장인이 되는 길입니다. 이 들 중 소수는 공학 석사나 공학 박사의 길을 선택합니다. 많은 대기업에 마스터 제도가 있고 갈고닦을수록 인정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선택은 지금 그 자리에 만족하고 자연스럽게 정년퇴직을 기다립니다. 이미 이룬 것이 많고 정년퇴직이 보장된 대기업을 다니는 엔지니어들이 선택합니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필자는 오랜 기간 MBA를 다니는 것을 고려하였지만 끝내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주위의 선배 엔지니어가 MBA를 갑자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시작했습니다. MBA 졸업을 위한 투자 대비 효과를 생각하다가는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엔지니어를 계속하던 엔지니어를 멈추고 다른 길을 가던 상관없이 지난 1년간의 MBA 경험은 매우 소중합니다. 스스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MBA를 공부할수록 알게 됩니다.
공학적 지식을 가진 엔지니어가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한 것은 시니어 엔지니어이면서 MBA를 시작하신 분들은 ROI 걱정에 잠 못 이룰 것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필자가 동의한 이상적인 인재상에게 공감할 것입니다. 즉, 융합형 인재는 공학적 지식, 경영마인드, 어학 능력, 정치력을 갖춘 사람이다. 능력이란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가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 또한 중요하다 MBA는 경영 마인드를 갖추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입니다. 엔지니어에게 MBA는 경영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