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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BA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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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Aug 26. 2018

1. MBA를 시작하다

모든 일은 사소한 우연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같은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로 만나 서로 우정을 쌓은 지도 10년이 되어가는 동료이자 선배와 술 한 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이직 후 영업으로 경력 전환하여 고민이 많았습니다. 서로가 술잔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가 그가 갑자기 툭 한 마디를 뱉었습니다. 


"나 MBA 하는 중이야"


제 머리를 강타한 말 한마디, MBA. MBA (경영학 석사,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술자리가 끝나고 제 머리 속에는 MBA라는 단어가 맴돌았습니다. 수년 전에 알아보다가 포기했던 단어, 엔지니어에게는 역시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단어.


며칠 후 대학원 홈페이지를 찾아서 비즈니스 스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해외 복수학위 전공, 엄선된 교수진, 오랜 역사 등등. 대학원에 간단한 문의를 보내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로부터 간단한 소개와 함께 상담일정 문의가 왔다. 


그를 다시 만나 몇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필자 : 일하면서 공부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맥스 : 힘들지. 맥시멈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견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필자 : 사장할 것도 아니고 영업이 MBA를 배워서 뭐하나요?
맥스 : MBA는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이고, MBA를 마친 몇몇 친구들이 경력 전환에 성공했어

필자 : 많은 경영대학교 MBA가 있는 데 왜 aSSIST MBA인가요?
맥스 : 내가 액셀로 한국에 있는 모든 MBA를 다 분석해 봤지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갑, 이 학비에 1년 반 만에 졸업할 수 있게 해줘
         교수진이 좋아, 국내외에서 잘 가르친다는 교수들을 초빙해서 가르쳐
         인맥, 국내 MBA 중에서 역사가 있고 졸업생도 많고 특히 IT 쪽도 나쁘지 않고

맥스 : 왜 MBA 하려고?
필자 : 엔지니어가 사장될 것도 아니고 MBA를 어디다 써먹을 수나 있나요.
         그냥 왜 힘들게 MBA를 하시는지 궁금해서요      



정신을 차려보니 2018년 3월 3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SSIST, Seoul School of Integrated Sciences & Technologies)에서 Aalto Executive MBA in Seoul 과정을 듣는 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올바른 결정이라 믿기 위해 이유를 찾기 시작하다.

필자는 인생의 많은 결정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우연한 사건에서 쉽게 결정하는 편입니다. 무엇을 결정하는 냐가 아니라 결정된 것을 어떻게 실행하는 냐에 더 중점을 두고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MBA를 시작했으니 왜 여기를 다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학생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철학자형 :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유형입니다. 공부에 관심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분들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합니다. MBA 준비를 수년에 걸쳐하신 분들인 것으로 보아 매사가 철학적인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2. 포트폴리오형 : 간판이 필요하다

이 분들은 목표가 뚜렷하여 졸업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미 임원이거나 사장으로 경력도 많고 나이도 많은 분들입니다. 직관과 경험을 통해 MBA에서 배우는 내용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론이 부족한 분들입니다. 젊은 사람이 이런 말 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3. 만학도형 : 공부가 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로 공부를 향한 목마름이 있습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면서 좋은 성적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분들은 그룹 수업도 주도할 뿐만 아니라 자신있는 과목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공부는 때가 없는 법입니다.



4. 네트워크형 : 인맥이 필요하다.

MBA는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분들이 모여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서로 그룹 과제를 하고 그룹토의를 하다 보면 이것도 큰 공부가 된다고 느낍니다. 또한, 힘든 공부를 같이 하므로 사회에서 쌓을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5. 워너비형 : 회사에서 보내줘서 

이 분들은 회사에서 학비도 내주고 공부할 시간도 주어서 오신 분들입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고 인정받는 인재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비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므로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6. 경력관리형 :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도전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찾아 경력 전환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입니다. MBA의 공부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열심히 합니다.  



7. 모르쇠형 : 모르겠지만, 시작은 했어요

이분들은 필자와 같은 유형으로 선실행 후 고민한 유형입니다. 시작은 했지만 MBA가 얼마나 어디에 도움이 될지를 모르는 분들입니다.  



MBA를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한 가지 이유만으로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필자는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찾고 있는 모르쇠형으로 아직도 이유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대학교를 갈 때 이유가 있었던가 그냥 다니는 거지. 다니는 김에 열심히 하는 거지. 그러나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얻은 답은 하나 있습니다. 


No reason to stay is a good reason to go
머물 이유가 없다는 것이 길을 떠나야 할 좋은 이유다




MBA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의 aAALTO EMBA 과정을 배운 지 6 개월이 지났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20년 만에  일하면서 공부하는 셀러던트가 되어 주경야독중입니다. MBA를 다니기 전에는 돈이 많고 시간 많은 임원들이 골프나 치면서 인맥이나 쌓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 MBA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MBA는 자신이 멈추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항해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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