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밥 (Klaus Schwab)이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이래로 가까운 미래에 있을 사회 변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AI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중심의 자동화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최첨단 IT 기업들은 자율 주행과 AI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와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일으키는 사회 변화는 일자리의 변화입니다.
사람들은 AI를 활용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증가한다고도 하고 감소한다고도 합니다. 산업혁명의 초창기에는 일자리가 감소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폭발적으로 일자리가 증가하였습니다. 일자리가 증가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힘이 센 기계가 똑똑하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 혁명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자율 주행 차량 서비스와 AI가 상용화되면 단순 반복적인 노동은 사라질 것입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보험 설계사와 운전사를 필요로 하지 않고, AI는 반복 작업을 처리하고 콜센터 직원을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반대급부로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갑론을박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감소하던 증가하던 상관없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사라진 일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는 새로운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프로그래머 일자리가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킬지라도 트럭 운전자가 몇 개월 또는 몇 년의 교육을 통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지는 새로운 문제입니다.
미래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바라보는 미래는 같습니다.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상용화가 가속화되면, 기존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지금의 이삼십 대는 확실히 대비해야 할 미래이고, 지금의 사오십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다가오는 미래만큼 현재의 변화도 심각합니다.
다가오는 미래만큼
현재의 변화도 심각하다
AI와 자율 주행차가 없는 현재도 일자리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일자리가 정체되어 있습니다. 기업들은 매출이 증가해도 기존 일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명견만리 '일자리가 사라진다' 편에서 순창 고추장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순창 고추장은 지난 20년간 매출이 백배 증가하는 동안 직장의 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 경제 성장률이 아무리 상승 곡선을 그리더라도 고용률의 변화는 미미합니다.
IT 네트워크 업계의 선두주자인 시스코 시스템즈의 변화도 살펴보았습니다. 시스코 시스템즈의 2010년도 매출은 40B 달러였고, 2018년 매출은 49B 달러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약 25%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직원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시스코는 기업 간 합병 (M&A)으로 성장하는 회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직원의 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IT 업계를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2008년에서 2017년까지 몇 배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인력 변화는 성장률에 비해 미미합니다. 아마존은 매출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인력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2017년은 87,000명이 일하는 Whole Foods를 인수하였기에 증가속도가 가파르게 보입니다. 식료품점의 인수로 인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아마존은 매우 빠르게 직원의 수가 늘고 있는 기업입니다. 아마존의 업무 특성상 직원의 수가 당분간 늘겠지만, 클라우드 기업의 특성상 곧 정체 단계를 지나 감소할 것입니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해도 직원의 수는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10명이 하던 일을 9명이 하더라도 업무는 진행됩니다. 퇴직이나 이직으로 인해 충원해야 할 자리가 생기더라도 바로 뽑지 않습니다. 과거 사람을 쥐어짜서 생산성을 유지하던 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기술의 발달과 자원의 재분배로 생산성을 유지합니다. 자연 감소된 일자리가 채워지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직이나 퇴직으로 인한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다.
또한, 조직의 업무가 빠르게 변화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납니다. 손이 많이 가던 일들이 점점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의 프린터기와 팩스 관리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중앙 집중 관리와 리스 방식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담당 직원의 손을 빌릴 필요도 없이 프린터의 잉크와 종이 소모량은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고장된 프린터는 실시간으로 통보되어 수리 및 교체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IT 기술의 발전으로 특정 담당자가 하던 일들은 점차 직원들이 직접 입력하도록 전환되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명이 해야만 했던 업무들이 한 두 명으로 충분한 업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증가해도 업무가 증가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은 매출이 작거나 크거나 상관없이 투자됩니다. 이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후에는 매출이 크게 증가해도 사람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자동화가 생산에서부터 사무환경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으로 힘들고 귀찮은 일들이 단순해지고 쉬워집니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거리로 바뀝니다. 과거에 비해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신의 존재감도 줄어듭니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의 도입을 반기던 마음은 사라지고,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합니다. 기술의 변화를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답답합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초기에 높은 빈부격차와 실업이 발생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방직기계를 적으로 간주하여 부수었습니다. 이것을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산업 혁명 초기의 노동자들과 비슷한 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새로운 방직기계가 도입되어 공장의 수많은 숙련공들이 해직되었습니다.
IT 업계는 전통 산업계보다 더 빠르게 변화가 일어납니다. IT 업계에서 수십 년을 일한 숙련공들은 클라우드와 자동화라는 방직기계에 밀려가고 있습니다. AI가 오기도 전에 퍼블릭 클라우드가 과거의 노동 환경과 다른 방식의 노동 환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확실히 업무를 줄이고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실직이라는 위험에 노출시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러다이트 운동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우버와 같은 서비스를 막는 택시 기사들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러다이트 운동으로 맞설 것인가?
변화의 파도를 타고 넘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