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티스토리 블로그에 'IT 엔지니어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13편의 글을 연재했습니다. 편 수는 적으나 하나의 글에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어 내용이 장황했습니다. 1년 전부터 티스토리 블로그의 글들을 브런치로 옮겼습니다. 새롭게 쓴 글도 포함하여 총 44편의 글을 썼습니다. 한 달 전부터 브런치 매거진의 글을 다운로드하여 교정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합니다. 기술 서적을 출판할 때는 고민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에세이를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의 글을 엮으면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블로그의 글은 책을 쓸 수 있는 소재를 던져줄 뿐입니다. 책은 같은 주제와 에피소드를 다루더라도 새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뀝니다. 필자의 생각도 바뀌었고 한국의 IT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10년 전 또는 5년 전에 의미있던 글들이 2019년에는 쓸모가 없었고, 주제도 너무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글들을 브런치 매거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새로 쓰듯이 수정했습니다. 원고를 교정하면서 다시 한번 새로 썼습니다. 글을 쓴 시점과 책을 쓰는 시점의 시간과 생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책은 글을 쓰는 현재의 시점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바라보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블로그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그림을 찾아서 붙였습니다. 글의 주제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유명인사들의 명언도 자주 인용하였습니다. 블로그는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에 좀 더 폭넓은 자유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책은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글의 전개에 필수적인 사진이나 그림이 아니라면 버리고 글로 설명해야 합니다.
블로그의 글들은 에피소드나 주제별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전 글과 다음 글의 연결고리를 신경 쓰지 않고, 글이 중복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책은 주제별로 이야기를 묶고 목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에피소드 위주의 글을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로 가진 글로 바꿉니다. 목차를 결정하고 중복된 내용을 제거하고 상반된 주제는 통일합니다. 책의 목차가 자주 바뀌면서 앞 글과 뒷 글의 상호 호응하는 부분이 새로 쓰거나 지워야 합니다. 목차를 확실하게 정하고 원고를 교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차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을 다시 봐야 합니다.
처음 '엔지니어를 위한 인터넷 전화와 SIP의 이해'를 출판할 때는 목차와 글의 쓰는 시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림만 새로 그리고 교정을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IT 엔지니어로 살아남기'는 출간 기획서 때부터 목차를 고민했지만 지금도 목차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10여 년에 걸친 블로그의 글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글을 쓰는 시점을 현재로 수정해야 합니다. 주제를 통일하는 과정도 매우 복잡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한 것을 엮으면 책이 될 줄 알았습니다. 블로그의 글을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1) 글을 쓰는 시점은 통일
2) 글의 주제를 일관되게
3) 목차는 완벽하게
4) 저작권 위반 여부 확인
블로그 글을 엮으면 책이 될 줄 알았다
블로그와 책 쓰기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책의 형식을 고려하여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생각이 날 때마다 정리합니다. 추천사는 한 달 전에 미리 부탁을 해서 원고를 받아두면 책을 만들 때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