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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Oct 20. 2018

8. 모두가 함께한 꽃길

부모님 리마인드 웨딩의 기록

2018년 9월 1일 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준비과정에서 마무리까지 차례차례 정리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꽃길 (로진 로드)을 채우는 아이디어

가족들은 행사장의 인테리어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호텔이 얼마나 준비해 줄지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호텔 담당자들도 자리를 제공한다고만 했지 필요한 인테리어에 대한 확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호텔은 처음으로 리마인드 웨딩을 위한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행사 전날에 둘째와 막내가 인테리 어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호텔에서 준비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기에 다른 호텔과 예식장을 알아보는 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부랴부랴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진행 순서를 확정하고 멘트를 정리했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한다고 해도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호텔 측에서 보여준 일반 결혼식 순서를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순서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필자 : 결혼식 식순으로 하면 안 되겠네. 그리고 준비된 멘트도 바꿔야겠어.

둘째 : 형이 사회를 보니까 형이 알아서 해.

호텔 관계자 : 화촉점화는 하실 건가요? 누가 하실 건가요?

필자 : 네?. 하겠습니다. 며느리들이 해야겠네요.

필자 : 둘째야, 준희 화동은 가능하겠지

둘째 : 준희 기분에 따라 할 수도 있지. 최대한 기분 좋게 만들어 볼게

아내 : 그럼 준희가 좋아하는 지훈이와 승훈이랑 같이 하면 되겠네요. 싫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제수씨 : 화동이 들 꽃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아내 : 꽃길에 있는 조화를 몇 개 뽑아서 꽃다발을 만들자    


아침에 서두르다 보니 꽃바구니도 집에 두고 왔고 꽃도 꺾어오질 못했습니다. 집사람들이 버진로드에 놓인 조화를 이용하여 급하게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꽃길을 걷는 두 며느리들

두 며느리는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꽃길 앞에 섰습니다. 시부모님이 두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꽃길을 만들어 주었지만 오늘은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부모님을 위해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며느리와 둘째 며느리는 화촉을 밝히기 위해 꽃길을 걷습니다. 





화촉을 밝히는 며느리들

집사람과 제수씨의 결혼식에서 시어머니가 화촉을 밝혔습니다. 오늘은 시부모님의 건강과 밝은 미래를 위해 며느리들이 화촉을 밝힙니다. 며느리들은 처음 해 보는 화촉 점화에 서툴어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삼십 년 후 자식들의 결혼식에서 다시 화촉점화를 할 때면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은 시부모님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밝히지만 내일은 자식을 위해 화촉을 밝힐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변함없는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화동들

막내 준희가 혼자 꽃을 들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앞길을 밝히는 것이 원 계획이었지만, 혼자 걸어가야 하는 순간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형들이 같이 걸어 들어가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세 명의 손주들이 화동을 보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을 맞잡고 입장하였습니다.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서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와 함께 함성을 보냈습니다. 


삶은 그렇게 돌고돕니다. 화촉점화라는 기원의식이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 이어지며 삶이 이어집니다.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은 내리사랑을 받은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보여주는 올라가는 사랑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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