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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Jul 28. 2020

33.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의 역사, 그리고 전환

사무실의 역사 

   우리는 언제부터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모여서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을까? 근대적인 형태의 사무실은 1729년 런던의 동인도 회사 건물이었습니다. 대항해시대의 동인도 회사는 멀리 떨어진 곳에 대한 정보 없이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복잡하고 큰 관료주의를 창조했고, 많은 양의 문서를 생성하고 관리했습니다. 최초의 사무실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문서를 만들고 관리하는 곳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현대적인 사무실 형태가 나타납니다.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한 구석에 위치한 좁은 경리실 (Counting house)이었습니다. 사무실의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은 공장을 벗어나 사무실만 모여있는 도심의 오피스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1880년대 사무직은 미국 전체 노동자의 5%였지만, 2000년대에는 55%까지 증가하였습니다. 


   사무실은 동료와 관리자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사무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회적 공간입니다. 우리는 사무실 근무에 익숙해져 있지만, 생각보다 아주 오래된 근무 방식은 아닙니다. 사무실이 생겨난 지 겨우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재택근무의 역사 

   사무실 근무가 200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으로 저렴한 근무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개인용 사무기기가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무실은 최적의 근무 방식이었습니다. 사무실 근무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재택근무는 지속적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재택근무는 거의 50년 가까이 논의된 오래된 근무 방식입니다. 1969년 미국 특허청 소속 과학자 앨런 크론은 컴퓨터와 새로운 통신 수단이 삶과 노동을 바꿀 것이다라는 의견을 워싱턴 포스트지에 개제하였습니다. 그는 도메네틱스(Dominetics)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거주지, 연결, 전자공학을 조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습니다. 

   

   1973년 석유 파동으로 인한 자동차 연료비 급격하게 상승하였습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의 잭 니즈는 출근하지 않고 일한다는 텔레커뮤팅(Telecommuting, 원격 통근)이라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LA의 한 보험사의 직원의 하루 평균 출퇴근 거리는 34.4Km였고,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73만 달러였습니다. 그는 1976년 텔레커뮤팅이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1970년대의 통신장비는 전화와 팩스였습니다. 집집마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훨씬 전입니다. 인터넷도 없었습니다. 잭 니즈는 전화, 팩스, 그리고 컴퓨터를 배치한 지역별 위성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텔레커뮤팅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1970년 '미래쇼크'를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예측합니다. 그는 미래의 정보화 시대에 "가정이 경제, 의료, 교육, 사회에 관한 기능을 강화하면서 미래의 중심 거점 단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원격 근무가 활성화되기에는 여전히 기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컴퓨터와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연결되는 인터넷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1993년 피터 드러거는 사무실 통근이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와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인터넷은 급격히 발달하면서 사무실 근무에서 재택근무로 업무 방식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성장은 더뎠고, 국가별 편차가 심했습니다. 2019년 말 미국과 호주의 재택근무 비율은 20% 미만입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하나는 조직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아니러니 하게도 재택근무와 관련된 전자 기기를 개발하는 IT 회사들조차도 사무실 근무를 선호합니다. 직원들이 서로 썩여서 일할 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조직문화와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미래에 근무형태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중간 형태인 위성 근무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근무 방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사무실 근무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근무 방식이고, 재택근무는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근무 방식입니다. 단순히 생산성으로 어느 근무 형태가 더 나은 지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어느 근무 방식이 월등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은 없습니다. 각각의 근무 방식에 장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업무형태는 사무실 근무 방식에서 재택근무 방식으로 바뀔 것입니다. 사무실 근무 방식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무실 근무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재택근무 방식의 비중은 늘어날 것입니다. 업무 방식의 전환은 철저하게 경제 원리를 따를 것입니다. 재택근무 방식이 사무실 근무에 비해 훨씬 저렴해지는 시점에 기업들이 도입을 시작할 것입니다. 사무실 임대가 비싼 선진국은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사무실 임대 비용을 절감하여 직원들의 복지나 신기술 개발에 더 투자할 것입니다. 


   업무 방식의 변화는 경제원리를 따른다



   2020년 COVID-19 사태로 수많은 기업들이 반강제적인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기업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고 직원들은 당황하였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들은 월간 정액만 지불하면 SaaS (Software as a Service) 기반의 재택근무 지원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도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 근무 형태가 일반적이고 재택근무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행하는 일시적인 근무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업들과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경험했습니다. 이 경험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변화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재택근무가 생산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값비싼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래를 조금 일찍 당겼을 뿐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조금 일찍 온 미래일 뿐 


참고자료 : 재택근무의 역사 50년이 주는 교훈 
                  디지털이 미래다 /09 / 일과 오피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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