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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Oct 03. 2018

4. 눈부신 햇살 아래 푸른 바다, 그리고 오래된 부부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때  야외 사진 촬영

2018년 9월 1일 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준비과정에서 마무리까지 차례차례 정리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야외 촬영 아이디어

부모님이 새벽부터 꽃단장한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기고 싶었습니다. 필자는 야외 촬영과 스튜디오 촬영을 모두 하고 싶었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실내 촬영을 위한 날짜를 따로 잡아야 하므로 화장 및 드레스 대여 비용이 두 배가 발생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튜디오 촬영이나 사진기사의 출장 비용이나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상의한 결과 야외 촬영과 스튜디오 촬영 중 하나만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리마인드 웨딩 식장을 전문 웨딩홀과 호텔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가족들이 음식이 좋은 호텔 뷔페를 선택하였습니다. 따라서, 스튜디오 촬영은 배제되었고, 호텔의 잔디밭과 테라스 등을 활용한 야외 촬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더 많이 하거나 호텔 실내의 좋은 뷰에서 촬영하기로 하였습니다.


필자 : 리마인드 웨딩 시작 1시간 전인 11시부터 사진 기사를 대동하여 촬영을 하는 것으로 하자.
         사진 구성은 날씨로 결정하면 되겠네
         날씨가 좋으면 야외 촬영을 많이 하고, 날씨가 흐리면 실내 촬영으로

아내 : 사진기사가 장당 비용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 10장 또는 20장으로 정해야 해요

막내 : 형수님! 제가 잘 아는 사진 기사에게 부탁했어요.
         야외 촬영과 웨딩촬영을 포함하여 40만 원에 하기로 하였어요
         그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액자로 만드는 비용은 별도입니다.
        
아내 : 비용이 비싸네요
         야외 촬영이나 웨딩촬영 둘 중에 하나만 하면 안 될까요?
         웨딩 촬영은 우리가 해도 될 것 같은데요.

막내 : 사진기사가 출장을 와야 해서 기본 비용이 있습니다. 
         둘 중에 하나만 해도 비용 차이가 10만 원 정도밖에 나지 않습니다.

필자 : 돈은 좀 비싸지만 사진은 많이 찍어준다니까.


필자는 사회를 보느라 리마인드 웨딩 중에 주요 사진을 찍어줄 것을 형제들에게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제들과 며느리들은 각자 역할이 있어 바쁘기도 했지만 행사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고, 찍은 것도 볼품이 없었습니다. 리마인드 웨딩 때는 자식들도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므로 사진 전문업체에 일괄적으로 맡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야외 촬영도 추억도 되는 시간이다. 

야외 촬영은 부모님 두 분을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웨딩 촬영이 그러하듯이 주인공은 어머니였고, 아버지는 배경이었습니다.  




야외 촬영이 한 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부모님이 지치긴 하셨지만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이벤트였습니다. 바닷가를 낀 호텔에서 야외 촬영을 하다 보니 바람도 선선하였고, 날씨가 맑아 좋은 사진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가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이야기는 산을 이루고 웃음소리는 멈추질 않았습니다. 사진 기사가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사이에 부모님들과 가족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각자의 순간을 기록하였습니다.  어머님의 형제자매분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고, 아버지가 기분이 좋으셨는지 굳어있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필자도 부모님과 시진을 찍고, 집사람과도 찍고, 형제들과도 찍으면서 날씨와 멋진 배경에 감사하였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은 정말 두 분이서 좋은 사진을 남긴다는 의미가 있지만, 야외 촬영은 수십 명의 가족들이 웃고 떠들며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면서 가족 행사의 느낌이 물씬 묻어났습니다. 리마인드 웨딩 행사장의 야외 전경이 좋고 좋은 날을 잡을 수 있다면 행사 전 야외 촬영은 최고의 이벤트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필자는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실내 행사장에서 사진을 더 찍는 것을 기획하였습니다.  


야외 촬영은 호텔 전체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 평상시 잘 신지 않던 굽 높은 구두와 길이 들지 않은 구두로 인해 모두의 발이 고생했습니다. 집사람과 제수씨 두 분 모두 발뒤꿈치가 까졌고, 형제들도 뛰어다니느라 발이 고생했습니다. 



그들은 부모님이기 이전에 사랑하는 부부였다. 

리마인드 웨딩을 준비하고 부모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들은 부모님이 아니라 사랑하는 부부로써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본 적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자식들의 결혼식 이후에 사랑하고 살아라는 말씀을 참 많이 하셨지만, 정작 자식들은 한 번도 부모님에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리마인드 웨딩은 필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부모님도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부모님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세월이 흐르면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 까?

필자와 아내는 동갑내기로 티격태격하며 지냅니다. 언제가 둘이 같이 고희연을 맞이하게 되면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은 정으로 산다고 하시지만 정은 사랑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더라도 세월을 함께 두 손 맞잡고 걷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 정도는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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