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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Dec 09. 2020

54. 인공지능은 전문가를 대체하고 있다.

   2016년 3월 구글 딥 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한국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펼쳐졌다. 알파고는 지도 학습 방식으로 16만 건의 바둑 기보를 학습하였고, 대국에서 4승 1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학습한다면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공지능이 바둑과 같이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전문가의 영역을 따라올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말하였지만, 인간은 인간이 아닌 새로운 경쟁자인 인공지능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알파고는 그 후 얼마나 진화했을까?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 리 (AlphaGo Lee)를 업그레이드한 알파고 마스터(AlphaGo Master)는 전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였다. 2017년 10월 알파고 제로 (AlphaGo Zero)는 바둑 규칙만을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강화 학습 방식을 채택하였다.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끼리 반복 대결을 통해 40일간 2,900만 번의 대국을 펼친 후 알파고 마스터와 대국에서 89승 11패를 하였다. 알파고 제로는 인공지능이 빅데이터가 없어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현재 더 이상 바둑 인공지능이 아닌 범용 인공지능을 의미하는 알파 제로(Alpha Zero)를 구현하였다. 알파 제로는 게임 규칙만 입력하면 바둑, 체스 등의 보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 알파 제로는 30시간 정도의 학습으로 알파고 제로를 이겼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발전은 너무 빠르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영화적인 공상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터미네이터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단지 학습하는 기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카소가 컴퓨터를 질문을 할 줄 모르는 바보라고 본질을 꿰뚤어 보았듯이 질문하지 않는 인공지능은 바보일 뿐이다.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류의 꿈은 너무나 원대하고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다.


   인공지능이 정말 두려운 이유는 인공지능이 터미네티이터 영화와 같은 스카이넷처럼 진화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전망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급격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급진파들이 방직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과 비교한다. 반대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진 사람들은 산업혁명 이후 일시적인 일자리 감소는 있었지만 급격하게 팽창한 것처럼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인공지능의 발전 상황을 미루어 일자리와 관련된 상황을 예측해 본다. 밍휘 황과 롤랜드가 쓴 “서비스 업계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in Service)” 글에서 지능을 4 가지 단계로 나누고 인공지능이 어떻게 대응하는 지를 설명한다. 이 글에서 지능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기계 지능 (Mechanical Intelligence), 문제 해결을 위해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분석 지능 (Analytical Intelligence),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직관 지능 (Intuitive Intelligence),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에 영향을 주는 공감 지능(Empathetic Intelligence)으로 나눈다. 공감 지능은 발달이 매우 더디고 기계 지능이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나의 직업은 여러 개의 업무로 세분화되고 각 업무는 네 가지 지능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하나의 직업의 모든 업무를 대체하고 수행 결과가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때 직업은 완벽하게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각 직업의 일부 업무만을 대체하고 있다.


   기계 지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버거킹이나 맥도널드 매장에 있는 터치 스크린 키오스크이다. 이것은 아르바이트 생들의 주문과 결재 업무를 대체한다. 아르바이트 생들은 주문된 햄버거를 요리하고 아이스크림을 담거나 콜라를 컵에 따르는 다른 일에 집중한다. 매장 당 한두 명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생의 다른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분석 지능을 활용하는 사례를 보자. 자동차의 지능형 진단 시스템은 자동차의 문제를 분석 및 진단하여 정비사가 자동차를 수리하도록 돕는다. IBM 왓슨은 의료분야에서 의사가 환자의 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를 분석하여 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한다. 자동차의 지능형 진단 시스템도, IBM 왓슨도, 내비게이션도 가까운 미래에 정비사나 의사나 운전수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직관 지능을 활용하는 사례는 알파고와 스포츠 경기 관련 보도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이다. 직관 지능이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공감 지능을 활용하는 사례는 수많은 채팅 봇들이다. 챗봇은 아직 인공 지능과 인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에 있지 않고, 소피아와 같은 로봇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기계 지능, 분석 지능, 직관 지능, 공감 지능에 대한 인공지능의 발달 정도에 따라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은 다르다. 지금은 인공지능은 직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업무를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자동차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고 점점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를 넘더라도 자동차 보험이나 도로 법규와 같은 수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은 언제나 더딜 수밖에 없다. 자율 주행은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콜센터의 상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은 상담원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공지능은 고객과 대화를 이해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상담원에게 제시하거나 상담 후 작업을 도와준다. IBM 왓슨도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단 업무를 도와준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업무를 보조하여 인간의 업무 효율을 높입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업무 효율을 증대시킵니다. 특히, 인공지능은 단순 업무가 아닌 전문가 영역의 업무를 대체한다. 수십 년간 바둑 실력을 쌓은 이세돌 9단의 기력을 알파고는 단지 1년 만에 뛰어넘었다. 인공지능은 자동화와 결합하면서 빠르게 전문가들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십 년 경력의 자동차 정비사는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들어도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 신입 정비사는 휴대용 지능형 진단 시스템을 활용해 문제점을 몇 분만에 확인한다. 수십 년 경력의 의사는 X-ray 사진이나 MRI 사진으로 병명을 진단하지만, 신입 의사는 IBM 왓슨의 도움으로 빠르게 병명을 진단할 수 있다. 경력 많은 상담원이 고객의 불만과 질문을 빠르게 처리하고, 신입 상담원은 인공지능이 제시한 해결책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에도 과일의 당도를 오감을 통해 측정하고 좋은 과일을 선점하던 전문가들은 휴대용 당도 측정기가 보급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지금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문가들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들이 가진 경험과 통찰력을 데이터화하고 태깅을 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지도 학습을 통해 학습한다. 게임 규칙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시행착오를 통한 강화 학습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은 인간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 따라서, 오랜 경력의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를 줄이고 있다. 이것이 인공지능이 무서운 이유이다. 아마도 경력 중심의 임금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인공지능은 전문가들의 업무를, 전문가들의 가치를 그리고 나아가 전문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부연 설명

   이 글은 필자가  인공지능 신문인 AI 오디세이(http://www.aio.world)에 기고한 글입니다.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자'에 올린 글을 수정하여 신문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이 글은 IT 엔지니어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글이라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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