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Sep 30. 2018

사장님이 만든 조금 이른 연휴의 시작

사장님의  작은 배려가 만든 잔잔한 감동

삶이 허락한 쉼터는 가족이 있는 집, 동료가 있는 직장, 친구를 만나는 단골집, 존경하는 분을 만나는 장소, 그리고 사람이 모여 즐거운 곳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쉼터들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명절 연휴 전의 사무실  

직장인들은 추석과 설날을 전후로 업무를 조정합니다. 급한 일들은 명절 전에 마무리하고, 여유가 있는 일들은 명절 이후로 미룹니다. 필자도 업무 조정을 미리미리 하는 편이어서 일반적으로 명절 연휴 전날은 여유 있게 보내는 편입니다. 일의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단지 밀린 것뿐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필자는 명절 전후로 휴가를 내 여유롭게 명절을 지내곤 했습니다. 보통은 이틀 정도의 휴가를 내면 일주일을 모두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추석도 목요일과 금요일을 휴가를 내면 9일을 쉴 수 있습니다. 명절 연휴 전날은 팀원들끼리 휴가 계획을 다시 확인합니다.


A 부장 : 이번 명절에도 고향가나?
B부장 : 난 명절 끝나고 남해로 가족들과 여행 가려고 9월 27일과 28일에 휴가를 냈어.
A 부장 : 그럼 9일을 쉬는 거네. 좋겠네
B부장 : 힘들어! 운전을 내가 해야 돼
A 부장 : 명절 끝나고 이틀은 중요 일정이 없네. 오케이.


 우리 팀원들은 모두 3명으로 같은 나이면서 같은 직급입니다. 지금 회사를 10 년이상 같이 다니다 보니 서로의 집안 사정이나 처지를 잘 압니다. 누군가 집안일로 문제가 있거나 휴가를 가면 다른 동료가 업무를 대신 처리해 줍니다. 같은 일을 하는 팀원들끼리 휴가가 겹치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명절 연휴 전날에 벌어지는 직장 풍경입니다.



추석 연휴 전날 보내진 한 통의 메일

필자는 전 날 저녁에 받은 한 통의 전화로 인해 고객 사이트로 직출- 회사에 들리지 않고 바로 출근 -했습니다. 고객의 불만 사항을 접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연휴 시작 전이라 마음은 싱숭생숭했습니다. 연휴 전날 오후 2시 즈음 전체 메일로 뿌려진 한 통의 메일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다고 기다리던 명절입니다.
이야기보따리와 풍성한 음식으로 더욱 빛나는 추석입니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일이 마무리되신 분들은 서둘러 퇴근하셔서
가족들과 조금 더 일찍 연휴를 시작하십시오.





금요일 점심을 먹으면서 추석 연휴 이야기로 살짝 들떠있을 직원들에게 사장님이 보낸 이메일이었습니다. 오후에 자신의 업무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일찍 퇴근해도 좋다는 내용입니다. 사장님의 이메일이 보낸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팀 채팅방과 이메일로 팀장님들의 재공지가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업무를 빨리 마무리 짓고 퇴근할 것과 명절 연휴에 업무가 있는 직원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가 회사에 있었다면 기분이 들떠서 서둘리 업무를 마무리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필자는 외근 중이었지만 남아 있는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회사로 복귀하였습니다. 오후 3시 즈음 회사로 복귀하니 이미 많은 직원들이 퇴근한 이후였습니다. 필자도 업무를 마무리하고 4시 즈음 집으로 퇴근하였습니다.



직장에서의 평범한 일상에 다가오는 잔잔한 감동

추석 연휴 전날 금요일 오후에 받은 사장님의 작은 이메일 한통으로 받은 혜택은 한두 시간 정도의 이른 퇴근이었습니다. 꽉 막히는 퇴근길에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작은 배려가 직원들의 마음을 흔듭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작은 것에 마음 상하고 작은 것에 감동하는. 특히 높으신 분들에 배려에는 더 합니다


회사가 서운하다가도
'우리' 회사가 나쁜 회사는 아니지


직장은 어떤 곳일까요? 사람들은 직장은 전쟁터라고 합니다. 전쟁터라고 치열한 전투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터에도 꽃이 피어나듯 동료와의 끈끈한 전우애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전쟁터 분위기만 있다면 누구도 직장을 다니지 않고 1인 사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습니다. 직장에도 월급 받은 만큼 일을 하라며 다그치는 직장 상사들, 승진을 위해 동료를 밟고 올라가는 직원들, 상대의 잘못을 참지 못하고 크게 부풀리는 사람들, 사내 정보를 독점하는 사람들, 상사에게 아부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과 담을 쌓고 자신의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에는 어려운 일을 나눠주고, 힘든 동료를 위해 술 한잔 같이 마셔주고, 나의 잘못을 감싸주는 동료들이 있들이 있기에 삶의 쉼터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직장은 서로가 서로를 옥죄는 전쟁터가 아니라 하루 8시간 이상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료들이 있는 곳입니다.  직장 동료는 하나의 같은 목표를 향해 십수 년간 같이 다닌 사람들입니다.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여 회사를 이룹니다. 사장님도 직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에 직원들의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즐거운 명절 연휴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맛에 회사를 다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략가는 지지 않는 전쟁터를 선택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