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냅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일상은 언제나 잃어버렸 때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2 개월이 채 지나가지 않았지만 벌써 일상이 그립습니다.
오늘 아침은 정말 일어나기 싫었습니다. 침대에서 뒹굴다가 한 시간 지각했습니다. COVID-19 이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대학원을 나오지 않아도 되지만 꾸준히 등교합니다. 수업은 학교에서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하였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로 40분 정도 등교하는 시간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고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도 아니고 더 높은 산이 기다릴 것입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주말마다 이 고생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박사 과정을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꾸 무엇인가를 시작합니다.
가칭 '머신러닝 강의 노트' 책을 쓰고 있습니다. 머신 러닝 이론을 정리하면서 필요한 모든 그래프와 그림은 실제로 옥타브 프로그램으로 구현합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코드를 구현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머신 러닝과 함께 선형 대수와 옥타브 프로그램 사용법까지 다루다 보니 B5 크기로 만들 책은 점점 두꺼워집니다. 이미 340 페이지를 훌쩍 넘겼고, 계획대로 쓴다면 약 500 페이지 정도가 될 것입니다. 틈이 날 때마다 코드를 구현하고 글을 씁니다.
또, IT 엔지니어 직업군에 대한 직무를 설명하는 오디오 강의를 오직(OZIC)과 만들고 있습니다. 몇 주째 편집자님과 원고를 쓰고 퇴고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편집자님이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오직의 가이드대로 원고를 쓰다 보니 이야기는 점점 풍성해지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제 한 번 정도 퇴고를 하면 마무리가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박사 과정입니다. MBA 1학기는 8과목을 가르치면서 수업 강도가 높았지만, 박사 과정 1학기는 워밍업 하는 분위기이고 수업 강도도 낮습니다. 그래도 과제를 제출하고 복습을 해야 합니다. 필자가 위의 두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과제 제출이 항상 늦습니다. 처음 모범생의 마음으로 모든 수업에 적극적으로 듣고 복습하겠다는 마음이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일을 벌이는 것도 병입니다.
사람들은 일도 개인사도 여유 있을 때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여유로울 때는 언제일까요? 직장인에게 여유로울 때가 있을까요? 아마도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것을 이룬 분들은 절대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막상 이룬 것들이 많아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즐길 시간도 부족합니다. 이룬 것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힘든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공부는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여유가 많아서 공부하기엔 너무 부담이 큽니다.
이룬 것이 많은 사람은 공부하지 않는다.
결국, 공부하기 좋은 때는 하고 싶을 때입니다. 필자는 더 나이 먹기 전에 공부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 일도 많고 개인적인 일도 많지만 그냥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여유가 없다고 후회를 합니다. 박사 과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정신 승리를 시도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은 흘러가고 2년짜리 박사 과정 코스 워크 (Course Work)도 끝날 것입니다. 논문도 생각보다 빨리 쓸 것이고, 박사 과정을 졸업할 때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것입니다.
오늘도 정신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