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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Aug 27. 2021

유저네임과 필명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삼국지 소설에 주인공들의 이름은 2개다. 

  옛사람들은 이름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필자가 삼국지를 처음 읽을 때 주인공들의 이름이 여러 개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삼국지에서 촉의 유비와 유현덕, 관우와 관운장, 장비와 장익덕이라는 개별 이름을 사용합니다. 



    나무위키에 유비의 이름과 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성은 유, 이름은 비, 자는 현덕'이라고 합니다. 유비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유비'라고 불렀고, 동급의 군주나 친구들은 '현덕'이라 불렀고, 아랫사람들은 성에 직위를 붙여 '유예주'. '유황숙' 또는 '유좌장군'이라 불렀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유비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유비의 이름인 '비'를 사용하고, 친구나 직위가 같은 사람들은 유비의 자인 '현덕'을 사용합니다. 아랫사람들은 성과 직책을 함께 사용합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이름은 3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지폐에 두 명의 유명한 조선시대 대학자들이 있습니다. 천 원짜리 지폐에 있는 퇴계 이황 선생이고, 오천 원짜리 지폐에 있는 율곡 이이 선생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성은 이, 이름은 황, 자는 경호, 호는 퇴계'이고, 율곡 이이 선생은 '성은 이, 이름은 이, 자는 숙헌, 호는 율곡'입니다.  



   성과 이름은 태어날 때 부모님이 짓습니다. 자는 성인식(관례)을 치를 때 부모 또는 스승님이 짓습니다.    조선 시대에 이름과 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나 스승이 직접 내려주지만, 호는 간혹 하사 받기도 하지만 주로 본인이 직접 짓습니다. 


   조선 시대에 사람의 이름 석자를 매우 귀하게 여기는 경명 사상이 있었습니다. 경명 사상은 예기의 주석서에서 '이름을 귀하게 여기고 공경하라'는 말씀에서 기인합니다. 왕, 스승, 아버지 외에는 어른의 이름은 함부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윗사람도 아랫사람을 예우해야 할 때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왕도 신하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고 자나 호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타인들이 자신을 쉽게 부르도록 자와 호를 지었습니다. 


   초야의 선비들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호를 사용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나 허물없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선비들은 자신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타인을 배려하여 호를 지었습니다. 아마도 어른으로써 자신의 삶의 지향점이 생겼을 때일 것입니다. 그래서, 호는 주어진 이름이 아닌 스스로 지은 이름이라 더 특별합니다. 호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오늘날에도 호는 살아있다. 

    오늘날에도 경명 사상은 한국인의 정신에 남아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름을 부르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아랫사람들은 성과 이름 뒤에 관직이나 직책을 붙여서 부릅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습니다. 


   오늘날 법적으로 주민등록에 적힌 이름만을 사용합니다. 성인식도 없어지면서 자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호는  여전히 살아남았습니다. 호는 본인이 스스로 자신을 지칭하는 대명사이자  개성, 성품, 취미, 특기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호는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고전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도올 김용옥 선생입니다. 그의 호 '도올'은 빨리 발음하면 '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중국이 고서에 도올은 사람 얼굴에 호랑이 다리, 돼지 이빨을 가진 기이한 동물이기도 하다.  또,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문학가인 우이 신영복 선생입니다. 그의 호 '우이'는 쇠귀라는 뜻입니다.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사람들과 역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사람들이 호를 사용합니다.  


사용자명, 그것은 현대인들의 호이다   

   자신의 뜻을 드러내는 '도올'이나 '우이'와 같은 호는 멋있지만 초야에 묻혀 자신의 뜻을 펼치는 선비들에게 어울립니다. 선비가 아닌 사람들도 여전히 자기 스스로를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는 이름을 사용하길 원합니다. 자신을 감추거나 자신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필명을 사용하고 예술가들은 예명을 사용합니다. 필명과 예명도 '호'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합니다. 바로 '사용자명 (Username)'입니다. 성인식을 치르지 않아 '자'는 없지만, 인터넷에서 타인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사용자명 또는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이름은 태어날 때 부모님이 지어준 것이지만, 사용자명은 자신이 스스로 짓는 이름입니다. 사용자명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 이기석이 사용했던 사용자 이름 (Username)은 '쌈장(SSamjang)'이고, 웹툰 작가 김희민의 필명은' 기안 84(Kian84)'입니다. '기안 84'는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과 1984년 출생에서 따온 예명입니다. 


사용자명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또한, 카카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작가님들도 필명을 사용합니다. 필명은 초야에 묻힌 선비들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또는 자신의 뜻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인생의 방향을 드러내는 유저네임이나 필명을 사용합니다. 



라인하트, 필자의 필명의 자신의 정체성을 담다

   필자는 2000년부터 'linecard'라는 사용자명과 '라인하트'라는 필명을 사용합니다. 라인카드는 필자가 IT 업계에 일할 때 제일 많이 다룬 장비의 부속품이 라인카드입니다. 필명 라인하트는 '은하영웅전설'의 주인공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렘의 이름 라인하르트의 영어식 발음입니다. 라인하트는 하급 귀족의 큰 아들로 태어나 군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전쟁에서 항상 승리하는 전략가로 성장합니다. 끝내 로엔그램 왕가를 세우고 첫 번째 황제가 됩니다. 



   필자가 2007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은하영웅전설의 주인공의 이름을 본 따 만든 필명입니다. 필자는 라인하르트를 닮고 싶었습니다. 그는 부모나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나하나 쟁취해 나가듯이 필자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나하나 쟁취해 나가고 싶었습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전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글을 씁니다. 성취한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램도 황제가 되어서 기쁜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과정을 즐겼습니다. 황제가 된 후에 마지막은 씁쓸합니다. 필자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라인하트는 성취하는 과정을 즐기는 자신의 바람을 나타냅니다. 


라인하트는 성취한 것을 아니라
성취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이이 선생은 율곡, 석담, 우재 등의 호를 사용했습니다. 자신이 거처한 곳의 마을 이름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필자는 생각이 바뀌고 성장하면서 필명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라인하트'라는 이름의 과거의 필자를 잘 설명은 해도 현재의 필자를 잘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새로운 필명을 만들지도 모릅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처음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필명을 사용하지만, 필명으로 자신이 불리기 시작할 때 필명이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면 아쉽습니다. 필명을 고민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필명을 사용하길 추천합니다. 물론,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은 가장 솔직하고 당당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필명에 대한 좋고 나쁨이 아니라 필명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수록 좋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https://namu.wiki/w/%EC%9C%A0%EB%B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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