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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Oct 19. 2021

64. 프로젝트는 항상 산으로 간다.

프로젝트는 언제나 엉망진창이 된다.

   큰 프로젝트는 여러 회사의 이해관계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킵니다. 프로젝트가 잘 되기를 바라는 기업도 있고, 명시적으로 방해를 하지 않지만 실패하기를 바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제조업체는 납품만 하려고 하고, 컨설팅 업체는 초창기에 제언만 하려고 하고, 구축 업체는 설계대로만 구축하려고 합니다. 고객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목표가 너무 높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도 충돌합니다. 사람들은 처음 만나서 간단하게 인사한 후에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서로를 잘 알기도 전에 업무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부딪힙니다. 중재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큰 프로젝트는 의사결정을 자주 번복합니다.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들의 의사 결정은 쉽게 무시되고 정치적 의사결정을 합니다. 실무자들은 잦은 의사결정 번복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하면서 프로젝트는 산으로 갑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티격태격하지 않고 조용해집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해도 상관없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만 처리합니다. 프로젝트 PM의 목소리만 높습니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필연적으로 이런 상황에 부딪힙니다. 프로젝트가 굴러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낄 만큼 엉망진창인 상황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바닥까지 내려갑니다. 


   프로젝트는 바닥까지 내려가야 다시 올라갈 수 있다  


   프로젝트가 바닥까지 내려가야 이해관계자들이 진정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진정한 대화란 이해관계자들이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합니다.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면 의사결정이 본 궤도에 오르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프로젝트를 이끕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프로젝트도 사람이 하는 일일 뿐입니다. 


업무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언제나 사람이 기억에 남습니다. 누군가는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고, 누군가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새로운 일자리가 있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때 서로 연락을 합니다.


결국, 사람이 남는다. 



빌런이라는 고객을 만나다

   필자는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적인 관계는 안 만나면 되지만, 업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최근 프로젝트에서 필자는 엄청난 빌런을 만났습니다. 빌런(villain)은 영화에서 악당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그는 럭비공처럼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 예측할 수가 없고, 회의 중에 갑자기 화를 내거나 특정인을 윽박질러서 회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그에게서 가끔 배트맨의 조커 모습이 떠오릅니다. 

 


   빌런은 프로젝트 구성원 중에서 한 명만 조집니다. 회의 시간 중 절반을 한 사람을 비난하고 질책하면서 보냅니다. 빌런은 한 사람만 지속적으로 심한 타격을 주고, 다른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방식은 한 사람만 버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빌런의 말을 듣도록 만듭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짜증이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빌런이 아닌 비난받는 사람이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비난받은 사람은 이직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빌런은 바뀐 것이 없었습니다. 빌런은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고 찾아내어 똑같은 방식의 회의를 합니다. 그는 몇 달을 간격으로 대상자를 바꾸면서 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합니다. 결국 돌고 돌아 요즘은 필자가 비난의 대상입니다. 그는 망한 프로젝트를 힘들게 자신이 살리고 있다고 믿고, 회의에 가끔 참석하는 필자가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심하게 필자를 비난합니다. 그는 주위의 뛰어난 인재들을 바보 취급하고 인재들에게 화를 냅니다. 


빌런과 함께한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프로젝트는 이미 오래전에 바닥에 가라앉았습니다. 프로젝트 밑바닥에서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판이었습니다. 빌런은 프로젝트를 밑바닥에서 지하실로 이끌었습니다. 지하실에서도 조율은 이루어지고 프로젝트는 진행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합니다. 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입을 닫습니다. 말꼬리를 붙들고 물고 늘어지면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여전히 의사결정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를 정상으로 올리기 위해 목표와 계획을 제시하지만, 빌런은 현실과 맞지 않는 목표와 계획을 제시합니다.  구성원들이 매우 지친 상황에서 프로젝트는 힘들게 진행합니다. 무엇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빌런은 빌런일 뿐입니다. 

  

빌런은 빌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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