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대의 엔지니어를 그려보다
중급 엔지니어에서 IT 엔지니어의 길을 잃고 고민하던 중 외국인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하얀 머리에 약간의 주름이 있는 얼굴로 약 50세 정도였습니다. 그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엔지니어였으며, X.25 시절부터 거쳐 Frame Realy, TCP/IP를 지나 VoIP까지 두루 기술적 변화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지난 20년간의 기술이 변화가 몸에 배어 있었고, 문제 접근 방식은 느리지만 완벽하였습니다. 그는 20년이라는 축적된 세월로 만들어진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였습니다.
한국 IT 급성장기라 나이 많은 엔지니어를 볼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엔지니어들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도 장비와 콘솔을 연결한 후에 세팅을 하면서 엔지니어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중급 엔지니어가 되고 나서 그릴 수 없었던 이미지는 머리 희끗한 50대의 엔지니어와 개발자였습니다. 한국의 IT업계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이미지라는 의미는 나이가 찬 엔지니어나 개발자들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머리 희끗한 외국인 엔지니어를 만난 후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IT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한 상황이라 성숙기로 접어든 외국과 다른 것이었습니다. 필자가 나이 들어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현재 엔지니어들이 그대로 엔지니어 생활을 할 것이라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한 믿음으로 자라나 주위 선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몇 번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필자 : 머리가 희끗해도 계속 엔지니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배 : 그래, 너는 꼭 그렇게 해라.
필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데 우리나라의 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요?
선배 : 한국은 쉽게 변하는 곳이 아니야. 엔지니어를 둘러싼 주위 환경도 볼 필요가 있지만, 네가 성장한 후에도 장비를 만지는 엔지니어로 만족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매년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을 언제까지 쫒아갈 수 있을까?
몇몇 선배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협소한 필자를 탓하기보다는 시야가 넓어져 다시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바라보면 달라 보인다는 것을 많이 이야기해 주었지만, 필자의 꿈도 지지해 주었습니다.
선배들의 마지막 말이 뇌리 한 켠에 남았지만, 그렇게 IT 엔지니어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필자 주위에는 40대 중반 및 후반의 엔지니어들이 수두룩 합니다. 하는 역할은 모두 다르지만, 스스로가 엔지니어라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큰 변화가 없는 한 나이 50대의 머리 희끗한 엔지니어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머리 희끗한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했으나 세월과 유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 벗겨진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벗겨진 머리지만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지금까지 엔지니어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중급 엔지니어로 생활하던 때 술을 기울이면 전설적인 선배들의 무용담을 듣고는 했습니다. 슬프게도 엔지니어 선배들이 없었기 때문에 영업사원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서 주로 들었습니다. 그들은 한때의 엔지니어 생활을 추억하며 X.25, Frame Relay, ATM, 모뎀 등에 얽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필자가 엔지니어로써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줍니다.
초급 엔지니어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직 사회초년생으로 기술력이 부족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력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은 열심히 자격증과 기술을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다 보면 손쉽게 중급 엔지어가 됩니다.
엔지니어 생명은 기술력이다
중급 엔지니어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쌓인 기술력도 있고, 새로운 기술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들은 장비 설정을 하더라도 문서를 만들어야 하고, 구축이 완료된 후에도 문서로 보고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는 문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
고급 또는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발표를 잘해야 한다
엔지니어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
20년 가까운 경험의 배테랑 엔지니어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젠 스스로 엔지니어라 믿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다 기승전 정치력으로 결론난 적이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마지막 승부처는 정치력이다
IT 엔지니어로 성장하면서 갖추어야 할 능력은 달라집니다. 엔지니어의 필수 능력은 기술이 맞습니다. 기술 이외에 무엇을 더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면 엔지니어의 성숙도와 현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 기술들이 필요한 순간에 갖추어진 엔지니어와 갖추어지지 못한 엔지니어들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IT 엔지니어의 길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에 따라 그 엔지니어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제 IT 엔지니어는 장비를 구축하고 장애 처리하는 능력으로 머리가 희끗할 때까지 엔지니어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거기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IT 엔지니어의 길을 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계속 공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