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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Oct 31. 2018

3. IT 엔지니어의 길을 잃다

IT 엔지니어의 길에서 멈춰 앞을 쳐다보다  

중급 엔지니어로 과중한 업무에 지쳐 가던 중 문뜩 미래를 고민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바라본 세상과 현재 경험하는 세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2000년 초반에 IT 기업의 35살 정도의 엔지니어는 매니저가 되거나 영업사원으로 전환하였습니다. IT 기업에 따라 컨설턴트나 아키택트라는 역할이 있기는 했지만 많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35살 이후가 되면 장비에 콘솔을 연결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후배 엔지니어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배 엔지니어들은 빠른 직무 전환으로 인해 매니저는 직원 관리하는 법을 익혀야 했고, 영업사원은 엔지니어 떼를 벗고 영업을 배워야 했습니다.   




엔지니어 선배들과 동기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장비에 콘솔을 연결하는 선배들은 거의 없었고 각자의 특화 기술을 바탕으로 매니저, 컨설턴트, 아키택트 등의 이름으로 직무를 전환하였습니다. 동기들은 포스트 세일즈 및 장비 구축을 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필자와 동기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영업사원, 컨설턴트 또는 아키택트로 직무를 전환해야 했습니다. 고급 엔지니어라는 역할에 대한 개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IT 엔지니어의 길을 잃다 

중급 엔지니어들은 성장하면서 그 이후의 직무를 위해 전혀 새로운 스킬을 익혀야 합니다. 매니저는 엔지니어들을 관리해야 하고, 컨설턴트는 고객과 접점에서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이해해야 하고, 아키택트는 자신의 주요 기술뿐만 아니라 연관 기술과 디자인이 가능해야 하고, 영업사원은 고객을 이해해야 합니다.   


고급 엔지니어는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고의 핸즈온 배테랑입니다. 아키택트가 고급 엔지니어의 역할과 가장 가깝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핸즈온에 대한 여부와 디테일에 있습니다. 아키택트는 큰 그림을 그리고 다른 기술과의 연계를 중심으로 하는 프리세일즈 영역에 특화되어 있고, 고급 엔지니어는 각 제품들의 성능이나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포스트 세일즈 영역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IT 기업들에서 고급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 든 엔지니어는 장비를 만지는 콘솔을 버리고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고객을 잘 대할 수 있을 것같이 성격이 좋은 엔지니어에게는 영업 사원 자리를 추천하고,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키택쳐 자리를 추천했습니다. 둘 다 장비가 아닌 고객을 설득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맞춰주는 프리세일즈 영역이었습니다. 늦어도 엔지니어는 40살 전후에 프리세일즈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스트 세일즈 영역에서 그대로 남아 있는 엔지니어는 승진하지 못한 나이 많은 엔지니어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중급 엔지니어가 기존 직무를 심화시켜 고급 엔지니어로 나아가는 길이 없었으므로 중급 엔지니어는 직무 전환을 반드시 준비해야 했습니다. 2010년을 전후로 IT 업계가 크게 성하고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면서 아키택트나 컨설턴트 중에도 20년 이상의 배테랑 엔지니어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선배 엔지니어들이 매니저, 컨설턴트 및 영업사원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한 때 IT를 주름잡던 전설의 엔지니어 분들도 영업사원으로, 매니저로, 사장으로, 임원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였습니다. 


2018년 현재는 고급 엔지니어들을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 각 기업마다 엔지니어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직군들이 있습니다. 



IT 엔지니어의 길은 산 정상으로 가는 많은 경로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급 엔지니어에서 하는 고민은 동일합니다. IT 엔지니어의 길을 가기 위한 여러 갈래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중급 엔지니어에서 첫 번째 갈림길은 아마도 프리세일즈오 포스트 세일즈 중 어디에 중점을 둘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계속 콘솔을 잡고 포스트 세일즈를 하는 엔지니어를 할지 아니면 고객의 접점에서 발표 능력과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 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제안서를 작성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들은 많은 결정의 순간을 만나 길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IT 엔지니어들은 같은 산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지만,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많은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There are hundreds of paths up the mountain, all leading in the same direction, so it doesn't matter which path you take. The only one wasting time is the one who runs around and around moutain, telling everyone that his or her path is wrong.

산을 올라가는 수백 가지의 길이 있다. 
그러므로 어떤 길을 택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쓸데없는 짓은 산 주변을 돌고 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길이 잘못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IT 엔지니어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필자는 IT 엔지니어의 길을 지난 20여 년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입니다.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면서 Consultating System Enginner라는 타이틀로 일하였고, 20년 가까이가 되자 더 이상 콘솔을 잡지 않는 Soltuion Architect 가 되었습니다.  IT 엔지니어라는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경로가 있습니다. 그 경로를 만날 때마다 길을 잃고 헤매지만 꾸준히 터벅터벅 걸어왔습니다.


IT 엔지니어에서 언젠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IT 엔지니어의 길을 잃지 않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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