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쓰기, 글을 만드는 거의 유일한 방법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물론 가르치면서 같이 배우고 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당장 무조건 쓰라고 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한다.
글쓰기의 핵심은 바로 ‘쓰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학생들의 머릿속에 호그와트의 신세계가 대서사시로 펼쳐지면 뭘 하나, 당장 종이 위에 글자로 얹어져서 글이 되어야 살아나는 것이다. 나는 경험담 하나로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 성취의 근원이 된 꿀팁을 이야기했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선생님이 대학원에서 졸업 논문을 쓰는데 주제를 다 정하고 어떻게 쓸지 계획을 거의 다 했어. 그런 다음에 논문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열심히 찾았어. 책도 많이 보고 별별 자료를 다 찾았지. 그렇게 자료를 모으니까 한가득인 거야. 형광펜으로 줄을 쳐놓고 책갈피로 표시해놓은 쪽만 몇 백 쪽이 되는 거야. 이것만 있으면 논문을 쓰고도 남겠다고 생각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논문을 쓰려고 했지. 그런데 막상 써보니까 어떤 자료를 어디에 넣어서 글을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고민을 하면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선배가 이렇게 말을 해줬어. 자료를 찾으면 그냥 표시해놓고 모으지만 말고 무조건 그 자료를 컴퓨터에 쳐 넣어서 저장해서 갖고 있으라고.”
그 말대로 자료를 찾을 때마다 바로바로 컴퓨터 한글 워드에 입력해 넣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노트북이었다. 나는 바로 노트북을 샀고 도서관에서 책이나 논문 등을 뒤적이다 필요한 부분이 나오면 즉시 워드를 쳐서 파일로 저장을 했다. 그렇게 파일이 하나둘씩 쌓이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극단적으로는 이 파일을 다 한데 모으면 논문이 되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파일을 한데 모으고 순서만 바꿔주면 일단 글의 모양과 분량은 갖춰지는 것이다. 그런 결과들이 쌓이면 막연함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쌓이면서 점차 글이 갖춰진다.
글쓰기는 그런 것이다. 머릿속에 펼쳐지는 것은 필요 없다. 손으로 써서 종이나 모니터에 얹어지는 글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적인 컴퓨터 글쓰기 기능을 익혀야 한다. 한글을 켜고 글을 입력하고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만 알아도 모르는 것보다 낫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하려 하면 한 가지 애티튜드가 필요하다. 역시 정말 단순한 것이다. 이건 뭐 저작권도 필요 없는 최고의 자료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면 된다.
콜럼버스의 달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서 많은 돈을 벌고 아주 유명해졌지. 왕도 콜럼버스를 칭찬하며 큰 상을 내리고 어딜 가든 영웅으로 대접받았어. 그러자 콜럼버스를 시기하던 귀족들이 콜럼버스를 깎아내리고 험담을 했지.
“신대륙 발견이라고 해 봐야 배를 타고 나가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 소문을 들은 콜럼버스는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 갔어.
“여기 계시는 분 중 누구라도 이 날계란을 책상 위에 세울 수 있는 분이 계시면 큰 상금을 드리고 제가 존경하겠습니다.”
“그래요? 그쯤이야!”
귀족들은 앞다투어 계란을 세우겠다고 나와서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오만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 그런데 계란은 어떻게 해도 서지 않는 거야.
“도저히 안 되는데. 이건 사기야!”
그러자 콜럼버스가 말했어.
“이건 사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세울 수 있소.”
“예.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콜럼버스는 책상 위에 계란을 탁 쳐서 끝을 살짝 깨뜨리고는 세웠어. 사람들이 난리가 났지.
“그게 무슨 짓이오? 그렇게 하면 누가 못 해?”
“그건 계란을 세우는 것이 아니지 않소?”
그러자 콜럼버스가 귀족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지.
“제가 계란을 세우라고 했지, 깨지 말라고 한 적이 있습니까?”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어.
“어쨌거나 저는 계란을 세웠고, 여러분은 못 세우셨네요.”
그 후로 귀족들은 콜럼버스에 대하여 더 말을 할 수 없었지.
글쓰기를 비롯, 모든 도전에 대한 진리다. 바로 도전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 어떤 도전이라도 처음은 대단한 것이다. 그 도전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무조건 앞서 있는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의 가장 큰 교훈은 ‘해보지 않고 멋대로 말하지 마라’ 쯤 될 것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배는 타보지도 않고 바다에 나가 보지도 않았으면서 신대륙 발견을 폄하하는 귀족들이 얼마나 얄밉고 가소로웠을까. 나는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별 것 아닌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니는 해 봤나? 나는 해 봤다.’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지금 나는 쓰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그렇게 가슴에 힘을 주고 오늘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