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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중 Oct 21. 2020

조금씩 정상화의 길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학교

대구 초등학교, 매일 전체 등교 이야기

하도 많이 반복한 이야기라 이제는 딱지가 두껍게 앉았지만 코로나19는 올해 우리 모두를 관통한 화두입니다. 모두가 정답이 없어 방황하는 이때 지난 광복절 광화문발 집회 여파도 이제는 점차 수그러져 대구에는 드디어 확진자 0이 지속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신천지 안녕~~


그래서 불안하고 조심스럽지만 기쁜 마음으로 대부분 학교가 전면 등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교육청 방침으로 학급당 27명 이하 학교 전체 등교이니 거의 90% 이상 학교는 이제 전교생이 매일 등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10월 12일부터 전격적으로 매일 등교로 결정되었습니다. 긴급히 학부모에게 문자와 전화 등으로 연락을 다 하고 12일부터 모두가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습니다. 물론 아직 여전한 불안감과 기타 사정으로 원격 학습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확진자가 거의 없는 이때만이라도 학교 학습에 전념하기 위해 가급적 원격 대신 출석을 권장했습니다. 그 결과 학급당 평균 1~2명 정도의 원격 학습 신청 학생도 많이 줄어 이제는 학년당 평균 1~2명 정도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학생이 등교에 어려움이나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12일부터 우리 반도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우리 반 학생 수는 26명, 매일 등교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10월에 접어들면서 원격 학습 신청자가 없이 전부 등교로 전환되었지만 어쨌든 격일이나 주 3일 등 완전한 매일 등교는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원격 학습을 신청한 학부모에게 일일이 매일 전화해 학생의 안부를 묻는 동시에 계속해서 등교를 권장하고 부탁했습니다. 매일 나오는 학교도 아닌데 그나마도 다 안 나오면 사실 등교를 안 하는 학생은 보이지 않는 불편함과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단적인 예로 우리 반은 거의 등교하는 날마다 학습과 연계하여 시쓰기 활동을 하는데 원격 학습으로는 학생의 창작 지도와 피드백이 한계가 있습니다. 마스크 쓰고 거리를 두더라도 학생이 교실에서 직접 글을 쓰고 담임은 학생과 함께 빨간펜, 파란 펜으로 피드백을 할 때 그것이 제대로 된 창작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직접 얼굴 보면서 마스크 너머로 말하는 것과 전화나 온라인 화상으로 말을 주고받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입니다. 


직접 대면하면 작고 미묘한 것이라도 뜻을 정확히 전달하고 활동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하면 대면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래포’가 형성되어 돈독한 사제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 무엇도 등교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가 방해한 학교의 정상화를 복구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있어 다행입니다.


학교는 물론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모든 학생이 매일 등교하니 8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심시간이 고민으로 다가왔습니다. 학년 간 시차를 두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칸막이에 학생의 자리까지 정해져 있어 예전만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어 급식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역시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매일 등교, 매일 급식, 시차를 두고 거리 두기를 지키는 도서관 개관에 방과 후 교실 개강까지 학교는 코로나가 헤집어놓았던 것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묵묵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사실 오로지 학생만을 생각한 것이라는 아쉬움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있는데 또 다른 구성원인 교사를 배려하는 정책은 하나도 없는 게 사실이지요. 마치 교사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무슨 금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단적인 예로 1학기에는 어색한 개학에 모든 것이 급변한 상황이라 학생들이 정말 기적처럼 조용했는데, 2학기가 되고 이제는 오락가락 등교나 교실 가림막, 거리 두기 등에도 적응이 되고 면역이 생겼는지 학생들 말소리는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거리 두기? 어깨동무도 예사입니다. 이런 상황에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생활 지도를 하려니 정말 호흡이 가빠짐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런 상황의 교사를 위한 배려나 정책을 말하지는 않고 있답니다. 세상에 마스크를 쓰고 이렇게 쉴 새 없이 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교사 말고 있을까요? 수업 열심히 할 겁니다. 학교 잘 굴러가게 해야지요. 그런데 마스크 쓰고 쉬지 않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진짜 간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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