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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니 Feb 15. 2024

책 한 조각 | '안정'은 생각보다 치열한 단어

단어에서 얻은 깨달음


가끔씩 단어의 정의를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풀어가는 저자를 만난다. 가물가물하지만 내 기억으론 첫 충격은 『여덟 단어』라는 책이었던 것 같다. 때때로 새로 만나는 단어의 정의는 신선하다. 굉장히 친숙한 단어임에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인지 다른 무엇보다 더 가슴에 오래 스며든다.



생각지도 못하게 만난 이번 단어는 '안정'이었다. '안정'이란 단어는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에겐 나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이에겐 따분하고 지루한 단어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안정'의 정의는 이렇다.

1.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

2. 분쟁과 분란 없이 조용하고 평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분쟁 이외에도 변화가 없는 상태를 안정이라고도 말한다.



짧게 말하면, 변화가 없는 상태. 이렇게 말하니 '안정'이란 포근했던 단어가 어딘가 불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지금 시대의 안정적인 삶이란, 항상 도전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성취하는 만족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 몸에 활력이 생기고 기쁨이 넘치고 생의 의미가 충만해진다. 이런 상태를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안정’이다.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_ 고명환




인간은 머물지 않고 변화하며 성장해야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막연히 '안정'을 좋아했다. 삶의 모토가 '균형 있는 삶'이니 자연스레 '균형이란 안정'을 바랐던 것 같다. 각 부분이 딱 들어맞는 완벽한 균형이 주는 평온함. 균형 있는 성장을 원해왔다. 삶의 어느 한쪽도 무너지지 않은 안정을 원했다. 늘 그 끝은 차분했기에 평온했다.



끝만 상상했기 때문일까. 지금에서야 느끼는 안정은 무척이나 치열하다. 내가 원하는 균형 있는 안정적인 삶은 결코 정적인 삶이 아니었다. 각 부분을 요리조리 맞춰가야 하는 동적인 삶이었다. 마치 모빌처럼.



안정은 움직여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안정은 끝, 완성의 순간이 아님을 깨닫는다. 안정을 주는 균형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선 늘 중심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얻어지는 잠시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내가 생각했던 안정은 죽음이란 단어에 좀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멈춘, 변동이 없는 것. 완벽한 안정.



생각보다 역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찼다. 잠시 그랬다. 나는 그렇다. 부정적이다가도 이내 인정한다. 어떻게 그럼. 그렇게 해야지 뭐. 인생은 늘 혼돈이고 고통이 없을 수는 없으며 그 고통 또한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라고. 새옹지마를 늘 염두에 둔다. 그러므로 받아들인다. 역동적인 안정을 쫓기로.



단어의 숨겨진 의미를 나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는 저자의 말에 얼핏 공감했다. 행복감이라기엔 뭔가 석연찮다. 행복보단 내심 신이 났다는 쪽에 더 가까우니.



삶의 모토와 맞물린 탓인지 유난히 단어가 주는 힘이 짙게 드리운다. 코앞에 있는 장미처럼 유독 짙은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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