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영어 발음이 좋은 아이

성문 종합 영어

by 링고빙고 LingoBingo

시간이 흘러 나도 중학교에 입학했다.

영어는 귀로 들어서 소리 자체는 이미 익숙했지만 쓰고 읽는 방법을 몰랐다.


그 당시의 영어는 암기과목이었다.

그래서 일단 a, b, c… 알파벳부터 외우고 시작했다.

방법은 매우 원초적이고도 강력한, 바로 깜지.

손목이 빠질 것 같은 고문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었을까 싶다.

알파벳을 수십 번, 수백 번 써 가며 외웠고 단어도 그렇게 하나씩 적고 또 적으며 익혔다.

문장 역시 “이해”라기보다는 일단 통째로 외우는 방식이었다.

이런 단순무식한 방식이 나에겐 잘 맞았다.

영어 수업에서의 집중력은 정말 좋았고 다른 과목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재미있었다.


중학교 영어 선생님은 경상도 분이셨는데 일본식 영어 발음을 배우신 세대라 발음이 조금 독특했다.

선생님 본인도 인지를 하고 계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어 발음이 좋은 학생들을 골라 교과서 본문 읽기를 시키는 걸 좋아하셨다.

우리 반에서 발음 좋은 애들 둘 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우리반 반장이 발음이 좋았는데 걔도 윤선생을 했을까?)

영어 시간마다 종종 자리에서 일어나 교과서를 소리 내어 읽곤 했는데, 내 발음을 들으시던 선생님이 어느 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 왜 이리 잘하노!”


그 말투와 표정이 얼마나 찐 감탄이었는지,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아, 나 영어 좀 하나 보다” 하는 기특한 자존감이 그때 생겼다.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마스터하려면 문법을 피할 수 없다.

문법을 알아야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글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영어 단과 학원을 다녔다.

왜 다녔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유행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배웠던 것 같다.

내 또래 사람들은 아마 다 알법한 그 유명한 "성문종합영어"로 문법을 배웠다.

동네에서 꽤 유명하던 단과학원 영어 선생님이 이 책으로 문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문법 배우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퍼즐 맞추듯 규칙들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고, 시험 성적이 좋아지니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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