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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교생 Mar 16. 2022

재임용 합격! 사립에서 공립으로

서류 제출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사립에서 공립으로 재임용이요? 그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요..."


2월 초순, 신규교사 서류 등록을 하러 도교육청을 찾아갔을 때였다. 내 서류를 한참 들여다보던 담당 주무관은 급히 인사 편람을 뒤적이며 필요한 서류를 찾아 메모해주기 시작했다. 기간제 교사가 아닌 정규교사로 근무했던 사람은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더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공립이 아닌 사립이기 때문에 민원실에서 추가로 경력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경력증명서는 이미 발급받아서 같이 제출했는데요...?"


"이 증명서 말고 경력확인서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본관 옆 1층 민원실로 가시면 됩니다."


해맑게 순서대로 서류를 접수하고 교직원 공제회의 안내책자를 받아오는 파릇한 선생님들 사이로 보완해야 할 증명서 목록이 적힌 종이를 든 채, 본청을 한참이나 헤집고 다녔다.




임용 전 근무경력이 있는 사람은 서류 제출에서도 진짜(?) 신입보다 챙길 것이 많다. 교육공무원은 신규 임용 시 제출하는 서류를 가지고 호봉을 획정한다. 교직은 일반 회사와 달리 '승진'이라 부를만한 특별한 것이 없고, 단일 호봉체계로 해마다 급여를 쌓아간다. 그러다 보니 호봉 하나, 경력 하나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한참을 이리저리 다니며 오후 1시에 시작했던 서류제출을 3시를 넘겨서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서류 보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젠 연금이 문제였다. 국공립교원은 공무원연금을 넣고 사립교원은 사학연금을 넣는다. 연금 구분 상, 둘 다 직역연금으로 분류된다. 나의 생각이 너무 안일했던 탓일까, 사학연금이든 공무원연금이든 정규교사 연금은 알아서 처리되겠거니 생각했다.


"선생님, 연금 건은 학교에서 처리할 수 없고요. 선생님께서 직접 알아보셔야 합니다."


새 학기 첫 주, 행정실의 급여담당 주무관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신입 네 명 중, 유일한 경력직이다 보니 교감 선생님이 따로 신경 써달라고 행정실에 언질을 준 것이었다. 나는 즉시 공무원연금공단에 전화를 걸었다. 문의 결과 재직 합산 신청을 따로 하란다.


"사학연금 퇴직금을 수령하시고요, 공무원 연금에 재직 합산을 신청하시고 퇴직금을 다시 입금하시면 됩니다."


나는 아직 첫 월급을 받지 않아서 공무원연금공단에 재직자로 등록이 되어있지 않았다. 칼을 빼 든 김에 처리하고 싶었지만 17일이 지나야 처리할 수 있다고 하니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다. 연금이야 천천히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이젠 군 경력 인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선생님, 기존과 달리 재학기간과 군 경력이 겹치는 부분은 인정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한 달을 제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2월 군번이고 해군 출신이다. 당시에 총 복무 기간이 23개월이었는데, 인정은 22개월만 되었다. 대학의 1년 일정이 3.1.~2.28. 이기에, 휴학과는 상관 없이 2.28. 전에 입대한 사람은 3.1.부터 남은 기간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내 머리로는 납득이 되지 않아서 함께 합격했던 선배에게 그쪽 학교에서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문의했다.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든, 노조에 의뢰를 하든 이건 문제로 짚고 넘어가야겠다."


7월 군번이었던 선배는 두 달을 제하게 되었다. 관리자도 나의 경우를 보며 언 듯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을 덧붙였다. 방침이 그렇단다. 어쩌겠는가.




3월 중순이 넘어가는 지금도 인사기록과 관련 서류 작업이 끝나질 않았다. 3월 급여명세서에 공제회의 장기저축 급여도 누락되어 있다. 장기저축 급여는 교직원만 가입할 수 있는 교직원 공제회의 고이율(?) 적금이다. 사립에서 공립으로 이전하며 기존 학교가 '퇴직처리' 되는 바람에 기존 학교의 나이스 코드로 엮여있던 여러 곳에서 줄줄이 퇴직자로 구분되었다는 안내 톡이 쏟아진다. 재임용자가 손해보지 않으려면 3월 안에 이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새 여정을 떠나는 초입에서 어쩌면 이런 수고로움 들은 기분 좋은 비명일 수도 있겠다. 수차례 팩스민원을 신청하며 이제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입에 익어가는 전임교의 이름과 주소를 되뇌어본다. 찹하면서도 따뜻한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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