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공부는 안할거야
우리 지식이가 달라졌어요! 과거라고 하기엔, 나는 너무 요즘 사람이지만 (당당) 학교다닐때 공부하던 것과 회사를 다니고, 앞으로를 계획할 때 생각하고 다루게 되는 지식이 너무나 달라졌다. 과거에는 '얼마나 아는지'가 중요했던것 같다.
그땐 내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시험 성적이 갈리고,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아마도 한 사람이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된 분야의 지식을 많이 연구하고, 그 끝을 파낸 다음, 약간만 더할수 있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을 것 같다.
반대로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알아내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컸을 것이다. 일단 그 지식을 아는 사람을 찾아내거나, 그 지식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을 찾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했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책이 비싸서 구입하기에 주저스러웠을 것이고, 때로는 근처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구할수도 없을것이고, 때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책이 쓰여져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법도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어떤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를 계속 파서 적당한 깊이에 다다르면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것이 많지도 않을 것이고, 많아도 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었을지도.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지식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지식이나 정보는 이제 길에 차인다. 유료로 볼 수 있는 리포트가 있다고 하지만, 무료로 얻을수 있는 정보로도 충분하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지식이 필요할 때 abcd.. 순서대로 익히지 않아도 바로 f 수준의 질문에 대한 답변만을 쏙 빼서 알아낼 수 있다. 적당히 알고 있는 것 만으로는 먹고살수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그만큼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의 세대에게 중요한 질문은 '어떤 지식을 익힐것'인가 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이고, 거기에 어떤 지식이 필요한가?'가 아닐까? 지식은 거의 무한한 공공재가 되었다. 반대로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정해진 시간동안 내게 필요한 지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습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걸 잘 해내기 위해서는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려는 것'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내가 하려는 것이 꼭 '애플같은 회사를 만들겠어'일 필요는 없다. 매년 꾸준한 수준의 돈을 적당히 일하고 버는 정도의 지식이면된다와 같은 운영 방식의 접근일수도 있고, 굶주리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것일수도 있다. 여전히 중요한건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달라진 지식의 속성을 이해하는것이다. 링크의 글에도 잘 나와있으니 자세히 적지는 않으려고 한다. (사실 글을 제대로 안읽었다.) 지식은 누구나 언제든지 구할수 있는 것이고, 좋은 지식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 두는게 중요하고, 새로운 지식을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내가 가진것과 대조해 더 큰 의미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이런 개념을 이해하고 평생 실험하고 연습하는 것. 이런 것들이 중요한게 아닐까?
2) "굉장히 높은 수준의 덕후를 만나면, 정말 빠른 시간 내애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요" - <일상기술연구소>
그런 의미에서 #lotd 는 잘 모르는 분야를 중심으로 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링크은 <일상기술연구소>라는 책을 읽은 분이 감명깊은 부분을 추린 어떤 트윗이다. (내용은 아래)
정철 "저는 결국 주변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파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광산에 있는 동료 광부들, 이런 느낌이에요. 함께 일하면 즐겁잖아요. 그게 핵심 같아요. 어떤 동료, 어떤 레벨의 동료 광부를 찾느냐가 모든 걸 결정해요. 어렸을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의 덕후를 만나면, 정말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요."
금고문 "이것도 온라인 게임하고 비슷한데, 초보가 게임 시작할 때 레벨 99짜리 따라다니면 경험치를 많이 얻거든요. 그런 느낌이네요."
정철 "그럼요. 저는 현실에서의 낙수효과는 별로 믿지 않지만, 덕질에는 낙수효과가 확실히 존재합니다."
제책임 "이 역시 정말 덕후가 될 수 없는 인간의 뻔한 질문일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일상과의 균형이랄까 이걸 어떻게 맞춰서 가는지 궁금합니다."
정철 "아 네.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덕질이 일상인데, 뭘 맞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