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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Feb 24. 2019

그곳에 가면 일을 사랑하게 될까

#매거진B_wework를 읽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수 없이 많은 브랜드들을 보지만, 거의 대부분은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금방 잊혀진다. 하지만 개중에는 종종 '꼭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있는데, 많은 사람에게 이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브랜드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wework'는 대단히 성공적인 브랜드라는 생각이 든다. 공유오피스가 브랜드라니? 어떻게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아파트도 브랜드가 있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한 것 같다.


 wework 을지로점에 입주해 있었던 거래처를 만나러 간 것이 wework 와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직 국내에 공유오피스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시절은 아니어서, 공간 구성이나 컨셉부터가 신기했고, 무엇보다 입구에서 만나는 'Do What you love' 라는 wework 의 슬로건이 너무나 강하게 다가왔다.


WeWork Ark Hills South (출처 : www.wework.com)


 회사 일이란 것이 사실 늘 그렇지만, 당시 전략팀 소속이었던 나는 스스로 주도하는 일이 아닌 '위에서 떨어지는 일'을 수행하는 것에 상당히 지쳐있던 터였다. 내가 생각하는 일을 내 방식대로 하는 것보다 '위'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일을 잘하면 잘하고 성과를 낼 수록 스스로에게 느끼는 괴리감이 컸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몇년을 더 보내면 회사를 떠나고 싶어도 나가면 아무것도 못하는 도태된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왠지 나보다 생동감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해 보이는, 컬러풀한 공간에, 'Do what you love' 라는 슬로건 까지 보고나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 이후 스터디모임에서 매거진B wework 편을 읽으면서 착잡한 마음은 더 커졌다. wework 를 만든 창업자의 이야기부터, 그곳에서 직원으로 또는 멤버로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나니 내가 하는 것은 진정한 일이 아니라 단지 생계수단-그저 버티는 것-일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나도 지금의 회사를 떠나 wework 에 입주한 회사에 소속되게 된다면, 주도적으로 일하는 왠지 멋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랩탑 하나 들고 세계를 여행하며 wework 멤버십을 이용해서 전세계 지점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wework 멤버인 전세계의 능력있는 사람들과 협업하며 세상이 깜짝 놀랄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사실 그 때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wework 를 만나는 모든 순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까지 의식이 흘러오게 되면,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는 한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완벽하게 홀리게 만든 wework 의 브랜딩 능력에 감탄하고는 한다.


어딘지 모르게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 (출처 : www.wework.com)

 

명품은 그 자체의 품질도 우수하지만, 사실 품질만으로 그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내가 꿈꾸는 어떤 이미지, 이상향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성공한 브랜드들을 떠올리면 직관적으로 따라붙은 어떤 이미지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성공한 멋진 남자가 입는 수트, 그 사람이 타는 차, 차는 시계 같은 이미지는 있었어도, 그 남자가 일하는 모습 자체가 브랜드로서 정립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wework는 사실상 본질은 부동산 회사임에도, '일'을 브랜드로 만드는 엄청난 작업을 해냈다. 그것이 2010년에 설립된 이 회사가 10년도 채 되기전에 엄청난 속도로 성공하게 만든 숨은 저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Do I what I love?'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하지만 현재기준으로,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는 안든다. 사실 일을 계속하면 할 수록 무엇이 내가 사랑하는 일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사랑하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마 잠깐 쉬는 경우는 있어도 영원히 '일 이란 것'을 그만두는 날은 죽기전까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때때로 이게 뭔가 싶어 좌절하기도 하지만, 내 손 끝에서 무언가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무언가 하나를 더 배우고, 월급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것을 보는 것만으로 일은 할만하고, 의미있는 것 같다. wework 의 사명인 '생계수단이 아닌 그 이상의 일의 의미를 찾는것'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내일이 월요일 인것은 슬프다.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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