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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Aug 11. 2019

저도 영상제작은 처음이라서요

모바일 교육 플랫폼 만들기 3편 

https://brunch.co.kr/@linkyspark/40

(위 글에서 이어집니다)


 '모바일 교육 플랫폼 개발' 팀 내에서 표류하다 결국 입사 한 달 된 신입이었던 나에게 떨어진 이 프로젝트는 그런데 당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당시 팀장님이 여기에 꽂혔던 건, 회사 내에 모 자연주의 브랜드의 성공사례 덕분이었다.

 해당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수 없이 많은 직영/가맹 매장들이 있었고, 여기에서 일하는 현장사원들에게 제품에 대한 지식이나 여타 뷰티 관련 지식들을 교육시켜야 했다. 그리고 이에 투입되는 비용도 줄일 겸, 보다 효율적인 교육도 제공할 겸 모바일 영상 교육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회사 내에서 유의미한 성공사례가 되었고, 이후 한동안 회사 내에서 '모바일로 현장사원 교육을 대체하는 것' 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사업부도 나름 fast follower로 이 흐름에 동참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다른 브랜드들은 영상을 효율적으로 제공할만한 플랫폼이 없었을 뿐이지 이미 그전부터 영상을 활용한 교육을 조금씩이나마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흔한 서비스 교육 영상조차 하나도 없던 상황이었다. 즉, 타 브랜드의 경우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만 만들고 기존 콘텐츠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되었지만 우리의 경우는 플랫폼 + 콘텐츠 모두 zero에서 시작해서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또한 교육강사의 숫자나 교육 예산 측면에서도 우리 사업부는 매우 작았기 때문에, 팀도 아닌 나 한 명이 이 모든 일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오프라인 교육에 익숙한 기존 인원들을 영상 교육에 참여하도록 교육제도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원래 나는 다른 메인 업무가 따로 있었고, 메인 업무 + 위의 모든 일 + 기타 잡무를 모두 해내야 했다.) 

 처음 내가 이 일을 맡을 때 팀장님은 기존 교육강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영상을 만들면 된다고 하셨으나, 기존 교육강사들은 '현재 하는 오프라인 교육만으로 버겁기 때문에 모바일 교육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여력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의 일이 늘어나는 것 외에도 사실 이런 온라인 교육이 기존 교육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였어도 이 프로젝트 자체를 적극적으로 돕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또한 영상에 관해서도 나는 완전 문외한이었다.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인스타그램 네이버 TV 등등 어딜 가나 영상 천지인 지금이야 영상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할 수 있지만, 당시는 아직까지 영상편집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었고, 나는 대학생들이 많이 하던 UCC조차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아는 것도 없고 해 본 것도 없던 신입사원은 또다시 멘붕 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니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정말


 상황을 반전시킨 계기는 대학 때 했던 동아리 활동이었다. 당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졸업 후 참여했던 동아리 행사에서 얼굴만 한번 본 적 있는, 한마디로 친하지 않은 후배가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정말 매우 매우 어색했지만 연락을 해보게 되었고, 영상 촬영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많이 물어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예산이나 촬영/편집 기간은 당연히 '그때그때 달라요' 였기 때문에 확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아예 백지상태였던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일단 단 1개라도 영상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만들어보기 전에는 예산을 얼마나 써야 할지, 그 예산으로 어느 정도 퀄리티의 영상이 나오는지, 실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보로 생각하던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 중, 가장 무난했던 서비스 기본 원칙 영상을 촬영해보기로 하고 급한 대로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퀄리티로 1편의 영상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몇 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이 영상을 찍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영상제작의 프로세스를 익힐 수 있었다. 또한 담당자로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어떻게 다음 콘텐츠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당시 머릿속이 백지 같던 나는 영상이란 것이 '영상팀'의 손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이 훨씬 많고,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상세한 스크립트는 영상팀과 함께 논의를 했지만 우선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콘셉트의 영상을 찍을지를 나 스스로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했고, 이를 영상팀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또한 외부업체인 영상팀이 할 수 없는 촬영 장소 조율, 내부 직원 협조 요청 등 전반적인 촬영 인프라를 셋업 하는 일과 배우/소품을 확보하는 일도 함께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비용이나 기타 제반적인 행정 처리도 당연히 병행해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었지만, 당시 신입사원인 나에게 이런 사소한 경험들은 업무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방송국에서 나영석 PD 같은 사람이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받는지, 조연출들이 왜 죽음의 직업이라고 불리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한 편의 영상은 정말 소소한 결과물이었지만, 덕분에 이후 자신감을 가지고 몇십 편의 교육영상을 한 번에 만드는 대대적인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 회사생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출장 - 교육영상 촬영 전국투어 - 가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Tips for Junior

Q : 처음 해보는 일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에게 우선 조언을 구해보세요.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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