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교육 플랫폼 만들기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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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서 이어집니다)
브런치에서 프리랜서를 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회사에서는 동료들이나 지원부서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던 부분들을 1인 사업자가 되면 모두 챙겨야 해서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 담당하는 업무가 있고, 이를 조직화시켜놓은 업무 분장, 조직 구조 등이 있다. 이런 체계들 때문에 때로는 힘들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해결이 묘원 해 보이는 문제들도 각자 맡은 업무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무리되어있기도 한다. 사람의 지식과 역량, 열정 에너지는 각기 다르지만 어쨌든 한계치를 가지고 있어서, 혼자 일하면 그에 따라 한계선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회사는 여럿이 함께 일하기에 제대로 된 팀워크만 이루어진다면 개인이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다. (물론 그 팀워크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이런 회사의 협업체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를 회사원만 가능한 마법이라고 부르고는 한다.
입사 후 한 달 만에 받은 모바일 교육 플랫폼을 구축 프로젝트는 이런 '회사원의 마법'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초반에 갈피를 못 잡고 부담만 느끼느라 시작은 조금 더뎠지만,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니 여러 사람들의 경험이 어우러져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진도가 나가고 있었다.
당시 선배로부터 받은 유사한 프로젝트 자료에는 대략적인 화면 설계와 상세한 기능 정의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 나는 그만한 퀄리티의 자료를 만들 자신이 없었던지라 매우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단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는 생각에 그 자료에서 핵심적인 부분만 차용하여, 내가 만들고자 하는 플랫폼의 대략적인 구성을 짜 보고 일단 IT부서 쪽과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를 시작하고 깨달았던 것은, 이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비록 직접 개발은 아니고 대부분 외주이긴 하지만 IT 개발 건도 심심치 않게 많았기 때문에 나름의 지원 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배가 주었던 자료는 내가 만들었어야 하는 레벨이 아니라, 실제 개발업체에서 작성하는 수준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은 그저 현업 기획자로서 누구를 위한, 어떤 플랫폼을 만들지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어떤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 이는 결국 실제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고, 영업도 안 해보고 현장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막막한 분야이긴 했다. 하지만 이 또한 '회사의 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나에게는 경험이 없었을지라도, 수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간 현장사원들을 교육시키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교육강사 분들과 현장 매니저님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실제 사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여 시스템 개발에 반영할 수 있었다. 특히 사무직인 나로서는 알 수 없었던 그들의 근무 패턴을 고려하여 모바일 중심으로 개발하고, 모바일/웹을 자유롭게 연동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요즘에야 모바일 퍼스트라는 말 조차 아까울 정도로 무조건 모바일이 중심이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는 못했었다.)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 정한 이후에는 어떻게 만들지가 문제였다. 실제 개발은 외주 업체가 하지만 적합한 업체를 고르고 그들에게 아이디어를 IT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서 회사 IT부서의 담당자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직접 업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다리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서버나 보안 문제 등등 내가 몰라서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함께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든든했다.
실제 시스템 구현에 들어간 이후에는 실무 담당자인 외주업체 개발자, 웹디자이너 분들에게 최대한 모든 것을 맡기고 나는 현업 PM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챙기는 역할만 수행하면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던 점이 있는데, 일단 내가 참견하려고 해 봐야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1편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업무도 몇 개씩 수행해야 했기에 참견할 시간이라고는 전혀 없기도 했다. 특히 실제 플랫폼이 구축된 이후에 업로드될 동영상 강의가 하나도 없었고 이 또한 내가 모두 만들어야 했던지라, 영상을 찍으러 출장을 나가는 일도 많아서 그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개발은 업체가 하는 것이지만, 현업 PM의 역할이 무엇인지 크게 느낀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일이라는 것이 실제 실행하기는 어려워도 한 마디씩 얹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라, 옆자리의 동료부터 선배 팀장 임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러저러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야?", "이러저러한 기능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야?"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고는 한다.
문제는 이런 의견을 다 반영하다가는 프로젝트가 산으로 간다는 것, 그리고 초반에 고려되지 않은 부분을 어느 정도 단계가 진행된 후에 넣게 되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게 처음에 물어볼 때 좀 말하지) 또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런 의견들을 모두 들어주다가 프로젝트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결과물이 탐탁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은 결국 담당 PM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팀장님이 이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라고 한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책임 회피한다는 말만 듣기 쉽다.
그렇기에 나는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되 필요한 부분만 반영하고, 이미 실무진들끼리 정해진 사항이 틀어지지 않도록 팀장님이나 임원분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당시에는 PM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했다기보다는 뭐든 결정된 사항이 자꾸 틀어지거나 번복되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부족한 점 투성이라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완성한 프로젝트였지만, 그럼에도 현업 PM으로서 이런 중심을 잡는 역할을 열심히 수행했기에 지금도 나의 첫 프로젝트로 자신감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플랫폼 구축 외에 다음 편에 언급할 영상 제작, 그리고 그 외 다른 업무들까지 모두 해내기 위해 정말 바쁘고 힘든 신입시절을 보냈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회사원만 쓸 수 있는 마법, 즉 조직과 동료들의 도움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나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획자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마법이라도 주문을 제대로 못 외운다면 아무 의미 없을 테니 말이다.
신입인데 사수도 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한다면?
1. 쓸 수 있는 자원 /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도움받는 방법 파악하기
회사는 함께 일하는 곳이며, 다양한 자원을 조합할 수 있어야 더 빠르게, 효과적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큰 회사에 있다면 대부분의 업무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서가 있고 이를 요청하는 절차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우선 해당 부서에 문의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면 될지 프로세스를 물어보세요.
만약 스타트업처럼 작은 회사여서 이런 형태의 운영이 어렵다면, 정부 기관이나 외주 업체, 그것도 아니라면 지인 찬스를 써서라도 받을 수 있는 최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2. 내가 해야 할 일을 파악하자
도움은 도움일 뿐, 어떤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야 할 주체는 결국 나입니다. 우선 내가 하고자 하는 /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의 도움을 받거나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프로젝트를 잘 이끄는 것'은 결국 나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고객(사용자)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벤치마킹을 하건, 데이터 분석을 하건, 인터뷰를 하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해서 실제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IT 플랫폼을 만들건, 신제품을 출시하건, 새로운 프로모션이나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3. 중심 잡기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다면, 특히나 내가 신입이라면 주변의 다양한 Voice 들을 접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경청하는 것이 좋으나, 모든 의견을 들어주다 보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기 일쑤입니다. 메인 기획자로서 아무리 신입이어도 나만의 중심을 잡는 것이 좋으며, (2) 번의 소비자 조사가 충분했다면 이 과정을 수행하기 한결 수월합니다. '내 의견'은 신입이라 쉽게 무시당할 수 있어도 '고객이 이걸 원한다'라고 하면 윗 분들도 들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