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고래 Dec 13. 2020

그 죄송함 아껴 씁시다

회사에서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 줄여야 할 3가지 말

  심리학을 전공한 탓인지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기업문화, 회사 사람들 간의 역학 관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많은 신기한 현상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누구보다도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이었다. 강압적이고 요구적인 모습을 가진 리더들은 때로는 간접적인 눈치로, 때로는 직접적인 언어로 직원들을 공격하고는 했는데 이때 대들고 저항하는 사람들보다 착하고 리더의 말을 잘 따라주는 사람을 오히려 더 심하게 대하는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어떤 리더의 경우는 1명의 타깃을 지정해서 그 사람만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공포 분위기를 이용해서 다른 직원들을 통제하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 밑에서 타깃이 되게 되면 심할 경우 퇴사하거나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그 정도까지는 안 가더라도 회사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실 진짜 문제가 있는 리더를 만나면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그냥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회사원으로서 퇴사나 이직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그렇게 쉬우면 누가 참으면서 살겠나), 살아남기 위한 방법들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몇 년간 회사 내의 역학 관계를 관찰해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내가 당신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이 맘대로 할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 많은 말과 행동을 한다기보다, 오히려 평소에 특정 문구 3가지를 사용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회사에서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 줄여야 할 3가지 말

1. '죄송합니다'는 진짜 죄송할 때만

 인정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직장생활에서 꼭 필요한 미덕이다. 문제는 실제로 내가 죄송한 상황이 아닌데도 습관적으로 죄송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개인 성향상 사과를 자주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윗사람이 만들어내는 상황 때문에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고 말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직원이 어떤 일을 10일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는데, 훨씬 상위부서에서 지침을 바꾸거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어 15일까지로 일정이 밀렸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했음에도 마치 이것이 해당 직원의 문제인양 몰아붙이는 리더들이 있다(많다). 실제 업무적 문제 해결을 위한 피드백이 아니라, 상황적인 문제를 직원의 잘못으로 몰아가면서 자신의 발 밑에 두기 위한 감정적 공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고 그때마다 죄송하다고 하게 되면, 어느새 조직에서 나의 이미지는 '일 못하는 사람', '항상 죄송할 일만 만드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자존감이 계속 낮아져 잘못된 행동에 점점 더 대처하기 힘들게 된다.

 업무적 문제가 있을 때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면 필요 이상으로 죄송하다고 하지 말자. 상황 설명을 다 했으면 그때부터는 어색한 침묵이 있더라도 필요한 말에만 대답하면 된다. 진짜 죄송할 때를 위해 죄송함은 잠시 아껴두자.


2.' ~것 같습니다' 줄이기

 한국인들에게 '~것 같습니다'는 거의 모든 상황 모든 문장에서 활용하는 마법의 문구다. 특히 회사에서 100%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 보니, 업무 보고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것 같습니다.'라고 굉장히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나 또한 이런 말을 상당히 많이 썼었는데, 몇 년 전부터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런 방식의 말하기가 '프로'로서의 내 모습을 갉아먹고 빈틈을 만드는 대화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결국 일하는 곳이고 업무적인 빈틈이 없거나 적어야 정말 일에 집중하고 다른 부분들에 덜 휘둘릴 수 있다. 하지만 ~것 같다고 자주 말하게 되면 '아 이 사람은 자기 업무에 확신이 없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위에서 말하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것 같다'라고 말하지 않으려면 실제로 스스로가 90% 이상 확신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업무적인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3.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하지 않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비합리적인 업무 지시가 내려오거나 인간적으로 잘못된 대우를 받을 때가 있다. 특이한 것은 이런 지시/행동을 하면서도 리더들이 스스로도 잘못된 것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고 싶은 것인지 항상 "괜찮지?"라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마음에도 없는

괜찮은 척을 한다는 것이다(+나 또한).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지금 내가 100을 괜찮다고 하면 다음에는 150이 오고, 그 이후에는 200, 300이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아무도 살펴주지 않고 나만 힘들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는 한다. 

 힘들더라도 안 괜찮을 때는 안 괜찮다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괜찮지?"라고 말할 때 아무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참아야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 말이 정말 너무나 공감이 된다.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은 회사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인정받아야 할 미덕이지만, 좋은 것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베풀어야지 이상한 사람들에게까지 모두 잘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끼고 배려하고 보호해야 줘야 할 1순위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