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전문가, '동거 이야기'를 시작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발적 1인 가구가 꽤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처럼 개인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행복, 일과 여가 사이의 균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정책개발원이 1인 가구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다인 가구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행복감은 떨어지고 우울감은 높다는 결과였다.
취업난이다 주거불안이다 나는 내 인생이 중요하다 하며 혼자 살고 있는데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외롭고 심심하고 허전하고 재미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와 같이 살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이라는 게 부모님, 형제자매와 함께 산 것 외에는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누구와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마음 맞는 친구가 생겨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화와 갈등이 생기면서 관계가 틀어지고 '아, 친한 친구와 같이 살면 안 된다더니' 하며 '혼자 사는 게 마음은 편하지'로 돌아와 다시 혼자 살게 되기도 한다.
또는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그런데 이 결혼이라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서 예쁘게 사랑하며 살고 싶었을 뿐인데 막상 시작한 결혼 생활이 분홍빛 상상과는 다른 경우도 생긴다. 작년 한 해 23만 커플이 결혼하고 11만 커플이 이혼을 했다. 이 중 결혼 후 5년 미만 이혼이 20%가 조금 넘는다. 다섯 커플 중 한 커플이 5년 내 이혼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 잘만 사는데 나는 왜 혼자 사는 게 외롭고 심심할까? 친구들은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의 결혼 생활은 왜 이리 힘든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집에 있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다. 왜 이럴까? 뭐가 문제인 걸까?
같이 살게 된 친구는 살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남편을 아내를 같이 살고 있는 연인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어그러지고 틀어진 관계나 같이 살아 보니 힘들었던 관계는 ‘상대방을 잘 몰라서’가 아닐 수도 있다. 같이 살 결심을 하기에 앞서, 나는 친구의 생활 습관, 생활 방식, 성격, 취향 등에 대해 꽤나 알고 있었고 나는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연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퍽 잘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상대방의 그 취향, 생활 습관, 생활 방식에 대해 ‘내가 어떨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적인 존재인 상대방에 대해서는 꽤 깊게 파악을 하고 이해를 하고 있었는데 거울을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나’에 관해서는 실은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다. 타인과의 동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같이 살고 싶은 저 사람에게 나는 어떤 동거인인지’, ‘저 사람의 그 취향과 그 생활 방식에 나는 어디까지 맞춰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인데 이게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타인과의 동거가 시작된다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보다 준비 없이 타인과 함께 살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문득,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내게 맞는 타인과 같이 사는 법’에 대해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의 동거에 정답은 없다. 그건 분명하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동거를 20년이나 했더라. 나는 꽤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20대와 30대를 보냈다. 대략 10년 정도를 멕시코, 콜롬비아, 온두라스, 스페인 캐나다, 미국에서 여러 동거인들과 한집살이를 했고 1998년에 만나 지금까지도 신나게 재미나게 지내고 있는 친구와 주민등록상 동거인 관계를 20년째 유지하고 있는 중에 해외에서 지낸 10년을 제외한 나머지 10년을 친구와 한집에서 같이 살았다. 도합 20년의 시간 동안 쌓이고 쌓이다 흘러넘치고 있는, 책 열 권으로도 모자랄 희로애락 사건 사고들 속에 내 나름대로 깨닫고 터득한 요령과 방법들이 있더라.
혼자 살지만 외로운 사람들, 혼자 살 계획을 하고 있지만 잘 살 수 있을까 걱정 중인 사람들, 연인과 결혼이나 혹은 같이 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 친구와 같이 살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이 깨달음과 요령과 방법들을 들려주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동거 전문가'를 자처하게 되었고(시작하게 된 유쾌하고 귀여운 에피소드가 있다. 곧 소개해 드리겠다) 그 첫 번째 행보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타인과의 동거에 어떤 식으로든 손가락 하나라도 담그고 있으신 분들, 어서들 모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