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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삶ㅡ 다른 삶
5. 홀로 남겨지다.
잊히기 위한 수많은 선택들을 할 수 없는 사람들.
by
올망
Dec 31. 2021
그리고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어떤 할머니들이 떠올랐다.
바깥바람을 쐬려고 잠시 나온 1층에서 평상시에 입을 법한 복장으로 장례식장을 방문한 할머니 두 분이 계셨다.
원무과를 찾고 계시길래 모셔 드리면서도 의아했다.
누군가를 보내기 위해 방문한 장례식장이 아닌데 왜 원무과를 찾으시는 걸까 하고.
그리고, 원무과 문을 열자마자 알았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분들이구나 하고.
사람이 죽고 나면, 하물며 장례식을 하지 않더라도 마법처럼 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장례식장에 빈 빈소가 있는지, 오실 손님에 대비한 공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누군가는 헌화를 할지, 향을 태울지, 국화는 얼마나 둘 지를 결정해야 한다.
수의도, 관도, 영정사진도 결정해야 할 것 투성인데, 내가 마지막 남은 사람이라면 대신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관을 운구하고, 영정사진을 들어줄 사람도, 내가 갈 장지로 이동해 줄 사람도 없는 것이다.
그 할머니들은 살아생전에 할 수 있는 결정들을 미리 해두고자 오신 것이었다.
내가 남겨진 사람들이 나에게 가질 감정을 생각하던 때에,
누군가는 혼자 남아 현생에서의 삶을 잘 정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내게 그 나이까지의 생이 허락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증조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오래도록 계시다가 가족들 곁에서 떠나셨으니,
나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 있을 뿐이다.
가족 곁에서 떠나게 된다면,
가족은 나를 그저 웃는 얼굴로만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그러자니, 연명치료 금지 서약을 하고 나온 것이 안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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