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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어렵다

위트와 눈치없음 사이의 어딘가

by 올망

스스로가 말솜씨가 조금 있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다.


어린 아이는

다른 이들의 장난기 어린 말에 상처 받고,

그들의 장난이라는 변명을 듣고 자랐다.

그게 위트라고 학습했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나와 다른 행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만났던 이들은

재미있으라고 한 과장된 말에 상처받았고

나와는 다른 맥락으로 이해했다.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처 몰랐던 뜻으로

누군가들이 뒤돌아 내 말들을 곱씹기도 했다고 하기에

내가 하는 말들을 먼저 시뮬레이션 해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종지그릇만한 나의 마음에 던지는

다른 이들 말에

어느때에는 순간적으로 반응하고 마는데

그 때에는 어김없이

작은 마음을 담은 표현들이 쏟아지고야 만다.


덕분에 집에 돌아와 나의 언행을

곱씹고 곱씹다가

상대가 이미 소화했을지 아닌지도 모르는 그 말을

끝내는 사과하러 찾아가고 만다.


어느 누군가는

자신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게

한치의 오해도 없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조차

ADHD의 증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식을 했든 안했든

몰랐든 아니든

내 말에 상처가 되었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하는

이런 생각에 사로 잡히니

말을 하는 것이 어렵다.


상대가 내 말에 아예 무신경하거나

아주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더욱이 그러하다.


아주 오랜 기간 알고 지내지 않은 이상에야

그런 확신을 가지는 것은 더욱 어려우므로,

점점 더 사람을 멀리하게 되어가는 날이다.


그럼에도

용기내어 천천히

다른 이들의 위트를 따라해보고

상처를 주지 않는 선을 찾아보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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