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인가 숏폼인가 사진인가 그림인가
주변의 어떤 이는
온갖 세상사에도 불구하고 늘 즐겁다.
어제 맛있게 먹었다는 음식을,
출근길 했던 운동을
초단위도 모자랄만큼 나에게 자세히 전한다.
나는 맛에 둔감하거니와
그런 묘사를 기억하는 세심함도 없다는 핑계로
한참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오늘 하루
나를 괴롭힌 감정들이 어떻게 치솟았은지 곱씹고
그 이유를 강조하고 기억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날
그는 서운한 기억은 있어도 감정은 남기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이가 되었고,
나는 나쁜 기억들을 초단위의 대서사시를 기억하는
이가 되었다.
불평불만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게 된 모든 경위를
복기하는 것이라는 변명으로
나는 그저 오늘이면 없어질 햇빛을 낭비하고 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은
달갑지 않은 기억들을 담는 그릇이 되었고
그의 마음은
삶에 감사한 마음을 담는 그릇이 되었나 보다.
내일의 나는 사진부터라도
즐거운 무언가를 기억하려 애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