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원리원칙을 논하지 마
나는 나를 규정할때 FM이라고,
규칙을 최우선으로 따진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원칙이 우선이라 융통성도 없고
고집도 센 편이라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뭔이 중헌디"를 계속 되내이며
사람과의 유대감을 해체해가며 고집 부릴 가치가 있는지
저울질을 하는 나날들을 살았다.
그런 내가 나의 원칙이 얼마나 알량하고
쉽사리 흩어지는 것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나의 직장은 직원을 가끔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보내기도 하는데,
어느 때에는 오지고,
어떤 때에는 모두가 희망하는 좋은 곳일 때가 있다.
오지로는 모두가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오지에 강제로 발령내기 위해
회사가 관리하는 순위가 늘상 공개되고는 한다.
이번에 모두가 싫어하는 곳으로 파견은
제법 좋은 처우를 보장해준다고 공지되자
회사에서 정말이지 미동도 없이 일하는 분이
전에 그곳에서 근무한 내게 그곳의 노동강도를 물으며
자원을 하겠다고 하기에
나는 지원자격을 운운했다.
그리고 뒤돌아
게시판을 보고 1순위가 누군지 알게되자마자
나는 그가 자원하도록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생각에 현재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성품과 함께 갖춘 사람이
아주 오랜동안 고생하다가
이제 겨우 조금 편안한 부서로 이동했는데,
그가 1순위가 되어있는 걸 발견했다.
심지어는 환자인데도
기관에 기여하겠다고 병가를 마다하고 출근하는 이었다.
그런 이를 마주하자
내 알량한 원칙은 무너졌다.
나의 엄마는
내가 어려서 "절대로 안돼"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상황은 다르고
나는 그 상황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그때는 그게 유연한 마음이 아니라
유약한 변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그 말이 이해되었다.
나의 내일은 더이상 원칙만을 주창하는 사람이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