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
꼴보기 싫은 체리피커를 위해 나는 덕을 쌓았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매사 궁금증이 많은 사람 K가 있다.
K는 본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쓴다.
당연히 다른 사람 하는 일이 얼마나 바쁜지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다.
궁금증을 해소하다 보면 사고를 치기도 많이 친다.
당연히 사고의 수습은 다른 누군가의 몫이고,
본인은 또 어딘가로 다른 교육을 받으러 떠나곤 해서
회사에 존재하는 체리피커쯤 된다.
하지만 그가 누렸던 많은 것들은
특별히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당연하게도 아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대신에 그가 지난 자리에는 감사만 남아서,
그가 누린 혜택은 다음사람이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
나도 뭐라고 한소리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사건으로 나는 업보를 믿게 되었다.
해외에 있는 회사와 갈등이 생길만한 문제가 회사에 있었고
오늘 제공한 사람을 찾아야 하는 그런 일이었다.
사람들은 탓할 누군가를 둘러보다
단톡에서 그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우리 부서에 일은 아니었지만
그 일에 대해서만큼은 그가 잘못한 일은 특별히 없어 보였다.
그런데 늘 그가 해왔던 패턴과 너무 유사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라고 특정지어버렸다.
한번쯤 K가 본인이 한 일로 인해 곤경에 처하길 바랬던 적이 있다.
그런데 K 스스로가 하지 않았던 그런 일로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보고
바르게 살고 있는 내 삶에 인정을 받는 기분이었다.
체리피커들이 체리를 빼앗아 가는동안
나는 뭐하러 FM으로 사느냐는 얘기를 꾸준히 들어왔는데
이번일이 업보처럼 비춰지면서
하지 않은 일을 억울하게 뒤집어 쓸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겠다 싶었다.
물론, 그 건에 대해서는 K가 안타깝고,
구명을 위해서 힘썼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구덩이에서 꺼내주고 싶지 않은 한켠의 마음을
내가 당하지 않기 위한 덕을 쌓는 것으로 풀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