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홈캠을 설치하다

보호와 관찰 그 사이

by 올망



엄마의 형제들은 할머니가 걱정은 되었으나, 돌볼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건 홈캠이었다. 사물인터넷의 시대의 혜택이었다.


기록이 되거나, 움직임이 있으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방범용의 좋은 CCTV는 많았다. 그에 반해 우리에게 필요했던 움직임이 없을 때 알람을 울려주는 기기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주로는 애완동물을 바라보기 위해 설치하는 실시간 전송만 가능한 CCTV를 설치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AI 스피커가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데 한몫한다는 기사를 봤었다. 이 기사를 보고, 기계 값보다 할머니 댁에 인터넷 망을 추가로 설치하는 비용을 걱정했다.


CCTV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으니, 인터넷 회선은 새로 깔아야 했고, AI 스피커 비용이 처음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기회에 새로 두 대의 기계를 설치했다.


나는 기기들을 설치하러, 멀리서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딸이 혼자 고된 노동을 할까 싶었던 엄마도 할머니 댁으로 왔다. 덕분에 엄마와 함께 선을 정리하고, CCTV 위치를 선정하고, 이모와 삼촌들이 잘 접속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할머니의 자녀 다섯과, 각각의 배우자들은 모두 인터넷의 혜택을 받고 있지 않았다. 설치를 하는 것은 금방 했으나, 각자의 집에 있는 이모와 삼촌들이 모두의 핸드폰에서 할머니를 볼 수 있게 하는 데에는 한참 걸렸다. 하다 못해 사촌들에게 전화해 각기 부모님의 핸드폰에 설치되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무슨 캠코더냐 역정을 내셨다.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며.


"할머니, 돈은 내가 내는 거고, 할머니 보고 내라고 안 할 거예요." 그러자, 한풀 꺾이신 듯했다.






할머니의 집은 아주 좁았다. 화장실에서 베란다까지 캠코더를 회전하면 모두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아주 최소한의 회전각을 가진 홈캠을 구입해도, 할머니를 살피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홈캠은 마이크가 다 있어서, 할머니가 보이지 않더라도 소리를 듣고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모와 삼촌들은 그 소리를 듣고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고는 했다.


처음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며, 불필요한 데 돈을 헤프게 쓴다고 역정이던 할머니는 점차 변했다. 어느 날부터는 캠과 관심을 동일시하게 느꼈다. 그 캠코더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것을 관심의 부족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밤이면 적외선 촬영 모드로 돌아가는 것도, 금방이지 알아차렸다. 시간대마다 어느 자녀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서도 왜 전화를 하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어떤 날에는 마이크에다가 대고 전화하라고 말하시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스스로 홈캠을 돌려서 당신 계시는 쪽을 바라보도록 하는 통에 캠코더가 고장나버리기도 했다.



결국에 할머니도 관심이 필요했고, 그 관심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요양병원은 할머니가 필요한 관심을 충족시켜 줄 수 없었고, 자식들 역시 할머니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캠은 그런 자식들과 할머니 사이에 갭을 줄여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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