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한테 관대할 수 있더라고?

스스로를 포용할 수 있어야 남에게도 관대함을

by 올망

나는 여행도 좋아하고, 직업군으로도 출장이 잦다.


덕분에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고 생활해야 할 일도 많다.

외부에서 생활하는 빈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익숙하지 않은 호텔의 어메니티를 쓰는 것도

그 향이나 질감 때문에 싫다.

수건의 변화조차도 달갑지 않아, 그 기간이 짧다면 들고 다닌다.

침구도 썩 좋지는 않지만, 그것까지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꾹 참는다.


그러다보니, 으레 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무언가 필요한 것을 빠뜨리고 왔다는 사실에 좌절하곤 했다.

매번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어, 다음에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기록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놓고 오기도 한다.


특히나 아직까지도 모바일 신분증이 아닌 실물 신분증이 있어야만 하는 곳에 가면서도

꼭 놓고가서 현장에서 재발급하는 곤욕을 치룬다.

나의 멍청함과 덜렁거림을 탓하며 자괴감 속에 하루 이틀, 오래는 한달을 보내고는

또 반복해왔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필요한 것을 놓고 가는 빈도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이지 놀라운 것은,

나의 태도이다.

빈도가 줄었더라도 여전히 놓고가는 일은 반복된다.

그런 날에 내가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는 챙겨오겠지. 다음에 못 챙겨오면 조금 더 번거로우면 되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나에게 관대해지는 마음이 생긴 적이 없어서,

스스로를 안아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 본적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그래서 실수를 하는 빈도가 줄어든 그 자체보다

나를 포용할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나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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