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여행을 떠나다

죽은 사람 소원 대신 산 사람과 떠나다.

by 올망

엄마는 곧 환갑이 된다. 엄마는 내가 시아버지 칠순에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고, 시어머니 환갑에 동네잔치를 했던 걸 알고 있었다. 아빠는 환갑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갔다. 물론 엄마는 가지 않았다. 다니고 있는 일에 연차가 여유롭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고. 그리고 엄마는 엄마의 환갑을 일면 기대하고 있었다.



환갑이 되는 해 아침,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환갑에 동네잔치를 하고 싶어?

안검하수 수술시켜줄까?

가족하고 여행 갈래? 아빠하고 싫으면 이모랑 가."


엄마는 마음을 누르며, 말했다.


"됐어. 코로나도 심한데 어딜 가. 눈이야 이렇게 살면 되고."


남편은 그런 장모님을 한 번은 이겨야겠다고 했다.


"어머님, 안 간다고 하시면 저랑 둘이 여행 가실지도 몰라요."


"사위 힘든 일은 못 시키지~ 이모한테 물어보고 알려줄게"


엄마와 이모는 따로 볼 일 보다는 할머니 댁에서 만날 일이 더 많았다. 자연스레 여행 가자는 얘기는 할머니 앞에서 하게 되었다. 두 딸이 어디로 여행 갈지를 결정하는 동안 할머니는 멀뚱히 듣고만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도 데려가"


엄마는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당황스러웠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도 한참 전에, 할머니가 두 다리로 온전히 걸을 수 있던 시절에 나는 두 분을 수차례 제주도를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수차례 사양했다. 지금이었으면, 무슨 말씀이냐고 강행이라도 했을 텐데. 그 시절의 나는 그 거절이 진심인지 아닌지 판단할 만큼 삶을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할머니 골반뼈가 부러지고도 잘 붙지 않아서, 보행보조기를 알아보면서 읊조렸다.


"그러게, 내가 제주도 가자고 할 때 갔으면 좋지 않았나."


엄마는 내 말에


"형편이 안되는데 어쩌겠어. 너는 할 수 있는 걸 다했어. 너무 마음 쓰지 마."


그래도 마음이 쓰였다. 운전은 못하지만, 한번 모시고 가보려고 했다. 내 운전이 서투르기도 했고, 막 바빠지던 시기라, 택시 기사님이 가이드로 여행을 시켜주시는 프로그램도 알아봤다.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만 보내드리기 부담스럽다고 했다. 엄마의 형제들은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렇게 여행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잊혔다. 할아버지는 끝내 비행기를 타보지 못하시고 떠나셨다.


그래서 할머니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을 다시 생각했나 보다.

시아버지 칠순에 찍은 사진도 한 몫했다. 시어머니는 높은 난간에 올라가 하얀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만끽하는 듯한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인데, 그것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했다.


엄마는 할머니 얘기를 내게 멋쩍어하며, 이모와 할머니 모두를 모시고 제주도를 가주면 환갑 선물로 좋겠다 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잖아. 그리고 너도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못 모시고 간 것 안타까워했잖아. 나는 내가 또 후회하게 될까 봐 겁이 나."


그래서 우리는 모두 제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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