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술과 자식의 수술, 그리고 부모의 수술.
최근에 작은 수술을 받았다.
15년전에도 받은 적 있는 수술이고, 부분마취를 하는 수술이기도 해서
게다가 지긋지긋한 COVID-19때문에 간병인이 함께 들어갈 수도 없다기에
굳이 부모님에게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술한 뒤에 지혈이 잘 안되서,
갈비뼈가 부러질듯이 압력을 가한 바람에
숨쉬는 게 조금 버거웠다.
그렇게 병실에 누워있자니, 엄마 전화가 울렸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엄마는 앓는 소리를 하려고 전화했구나.
늘상, 엄마 힘든 소리를 들어주는 편이지만,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엄마에게 선수를 쳤다.
"엄마, 나 어제 수술받았어, 힘드니까 나중에 통화해."
엄마는, 왜 얘기를 안했냐며 또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나중에 하자고 끊어버렸다.
며칠 지나, 괜찮아지고 나서야
엄마는 그날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전했다.
4년전쯤 항암 치료를 받던 이모에게 다시 암이 재발했다는.
그래서 다시 수술을 하러 간다고.
엄마에게는 제법 힘든 얘기였겠구나 싶어
엄마를 한참 위로하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몇주 지나, 이모의 암이 전이되지 않았는지 엄마에게 묻자
이모는 괜찮은데,
그 이모의 딸에게도 다낭성증후군이 있다고,
또 수술을 해야한다고 엄마는 푸념했다.
이모에게 전화해서 위로해주라는 말과 함께.
불과 한달도 안되서 엄마 주변의 세사람이 수술을 하기로 되버린 거다.
이모는 자신의 병을 딸이 닮는 것 같다며,
좋지 않은 것만 유전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한참을 훌쩍였다.
나는, 분명 가족력이 있는 집안이니 영향이야 있겠으나,
아빠들도 유전자를 줬을테고
아빠들은 그런 마음없는데 왜 그리 한탄만 하느냐고 이모를 다그쳤다.
병원 어디를 좀 같이 가보고,
수술하고 나면 이런 치료도 받아보고 이런 얘기들만 속사포로 쏟아냈다.
그러고는 엄마에게 이모랑 통화해서 숙제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엄마 목소리는 또 좋지 않았다.
이번엔 또 뭔데? 동생이 또 수술을 받는다는 엄마의 대답.
동생에게 수술 잘받으라고 용돈을 보냈고, 다음날은 어김없이 다가왔다.
엄마가 또 전화를 했다.
최근에 매일 전화할 일이 거의 없었기에
무슨 일이 생겼나 하면서 덜컹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도 혹이 생겼다며, 장기를 들어내야해서 개복수술을 할거라고 했다.
어제 이모에게 했던 말들은 다 하얗게 지워졌다.
위로라는 게, 진심으로 공감한다는 게 어렵다고는 하지만,
하루 사이에 내 마음이 이렇게 변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엄마는 여행을 어찌가냐며, 걱정했다.
다 예약해놓은 시기만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입원해있는 시기와 겹칠 것 같다고.
나는 이 상황이 무서웠다.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한켠으로 무서웠다.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그 사이에 돌아가실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이에 상을 치룰 일은 없으면 좋겠다고.
이런 불안한 마음이 불행을 불러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자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