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핸드폰이 닳다.

엄마는 새 폰을 사지 않았다.

by 올망

어린시절, 고가의 핸드폰이 나오기 전에는

핸드폰에서 필요한 기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는

플래그십이 아니면 구현되지 않는 기능도 제법 많았다.


출장이 많은 업의 특성때문에

나는 그래도 최신 핸드폰을 사서 썼고,

고장나는 걸 견디지 못했으니,

내 기준으로 성능이 떨어져서 핸드폰을 바꿔야될 즈음에는

그래도 내 핸드폰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새로 사주겠다고 해도, 엄마는 한사코 사양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조금 오래 썼어도

새로 나온 폰과 기능이 크게 차이가 없었다.


덕분에 내가 핸드폰을 좀 오래 쓰게되자

엄마의 핸드폰은 언제적에 출시되었는지도 모를 골동품이 되었다.


폰이 오늘 내일 하기에

플래그십 모델이 아니더라도 새 폰으로 사주겠다고 몇날을 실갱이 하다

그래 원하지 않는걸 강요할 수는 없으니 하고 단념했다.


그리고

오늘 엄마 핸드폰이 더이상 켜지지 않는다고.

당장 백업도 하나도 안해두었는데 어쩌느냐고 푸념하는 소리에

짜증이 너무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사준다고 할때 거절하다가

이제 와서 수습하라고 하니, 어떡하나

한숨을 쉬고 있자니


옆에 듣고 있던 남편은

그거 알아봐달라고 하는 어머님 마음은 어떻겠는지

헤아려보라고. 얼마나 눈치가 보이시겠는지..

그렇게 핸드폰을 사서 보내고 나니

마음이 심란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심란하기만 한 며칠이 지나 핸드폰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는 딸이 아니라 오히려 사위에게 연락해서 핸드폰을 잘 받았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내 눈치를 보는 엄마에게

나는 그저 핸드폰이 잘 작동하는지 묻는 소소한 전화로

사과를 대신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5. 위로는 진실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