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그 용돈 다 어디로?

할머니의 쌈지주머니는 열리지 않았다.

by 올망

할머니의 인적공제는 내가 받고 있다.

매해 인적공제를 받아서 돌려받는 세금만큼은 늘 할머니에게 환원해드리고는 한다.


할머니에게 용돈을 보내고 나서

올해는 문득 할머니가 그걸 어디다 쓰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그거 받으면 누구 용돈 줘요?

딱히 맛있는 개구리 반찬 사먹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용돈 받으면 좋아요?"


그런데 할머니의 그 대답에 울컥했다.


"나 죽으면 염하는데 쓰라고 모아."


할머니는 지금도 당신의 삶이 끝나는 데에

자식들에게 한톨 짐이 될까

걱정을 하고 계셨다.



일생을 누군가한테 피해 끼치지 않고 사셨지만,

그 덕에 즐기지도 못하고 산 인생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설계하는 인생의 마지막도

그것 조차도 즐기는 것보다

피해주지 않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벌써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서약을 했고,

나의 마지막을 상상할 때, 안락사나 조력자살을 고려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왔다.


할머니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그닥 내가 이상하지는 않구나 싶어졌다.


내가 즐기고 살아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순간에

머뭇거려지던 이유는 이런 것도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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