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여가는 없었다.

테트리스만이 엄마를 일상에서 지웠다.

by 올망

엄마는 취미라는 것이 없이 살았다.


퇴근하고는 음식을 기다리는 식솔이 있었고,

주말에는 병원에 모셔가야 할 할머니가 있었다.


어쩌다가 본인이, 할머니가, 아들이 아플 날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엄마는 휴가를 아꼈다.


당연히, 엄마는 논다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비슷한 삶의 누군가는 술에 의지했지만,

엄마는 술조차도 하지 못했다.


본인의 이야기가 창피한 것 투성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는,

친구도 만들지 못했다.

본인의 이야기를 떠벌리는 걸 극도로 싫어했으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당연히 취미는 고사하고, 여가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TV를 켜두고, 멍하니 핸드폰 게임을 할 뿐이었다.


나는 동생에게 가끔 영화 티켓을 사서 보냈다.

처음에는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해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3D 안경, 4D 의자 같은 새로운 시설들을 경험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는 내가 결혼하더니 영화 티켓도 안 사서 보낸다고,

그래서 영화도 못본다는 소리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재밌는 영화가 하지 않았다는 걸 별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영화표를 사는 게 머뭇거려졌다.


좋은 마음이 전해지지 않으니 답답함이 속을 눌렀다.


여유가 없는 이에게 전하는 진심은

왜곡되기 마련인가 싶은 마음이 들며, 긴 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오늘 보낸 티켓은

엄마의 생활에 한숨 돌릴 기회가 되길 바라며.


나는 다른 즐거움으로 오늘의 상실감을 지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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