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도대체 왜 좋아해?"
이 질문은 응원하는 야구팀이 있는 야구팬이라면 듣자마자 노발대발할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야구팬이라면 듣자마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저 질문에,
저는 야구팬 독자님들이 어떤 답변을 하실지 대충 예상이 갑니다.
"응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선수가 좋아서"
"야구장 가는 게 재밌어서"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이 예상이 갑니다.
그럼 제 얘기도 드려야겠죠, 저는 도대체 왜 야구를 좋아할까요?
"그냥"
정말 친한 친구들끼리 이런 대화 나눠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우리 어쩌다가 친해졌지?"
정말 친한 친구라면 이러한 질문에 명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음... 몰라 기억 안 나"라는 답변이 나오는 게 정상일 겁니다.
이러한 상황과 비슷하게, 야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있을지 몰라도, 야구를 왜 좋아하고, 어째서 지금 내가 야구에 미쳐있는지에 대해서는 야구팀의 깊게 좋아하는 팬이라면 명쾌하게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그것이 야구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야구에 정말 미쳐 산다라는 것의 기준은, "야구 왜 좋아해"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판별 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야구에 처음 빠지게 되면, 응원 때문에 좋다.. 팀이 잘해서 좋다.. 유니폼이 예뻐서 좋다..처럼 표상적인 것만 늘어놓다가, 어느 순간 볼넷 하나에 나이스를 외치고, 안타 하나에 환호하고, 홈런을 보면 미쳐 날뛰는 것은 어째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는 모든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것의 정도가 야구만큼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야구는 마치 한 국가를 축소해 놓은 것 같습니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깊어지는 것처럼, 야구 또한 국가에 대한 애국심에 버금가게 팀에 대한 충성심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식으로 야구팀에 대한 충성심이 생긴 저는, 어느 순간 야구만 봐도 눈물이 또르르 맺히곤 합니다. 2024년 4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였습니다. LG에게 1차전 2차전을 모두 패배하고, 한 경기만 더 지면 시리즈 스윕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KIA의 우승을 위해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고, 첫 스윕패는 분위기에 치명적이기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심정으로 계획에도 없던 야구장에 즉흥적으로 갔습니다.
초반에는 KIA의 무서운 타선 집중력, 해결사 최형우의 한방으로 선취점을 가져가 앞서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선발 투수 윌 크로우의 아쉬운 투구 내용으로 역전을 허용해 줬고, 그렇게 이번 경기가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식어갔습니다. 그러나, 팬이 있어야 스포츠가 존재한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인지, 부상으로 시즌 초반에 합류하지 못했던 나성범 선수 마치 수양대군의 등장이 오버렙되는 대타 복귀 타석이었습니다. 이는 주장을 기다리던 KIA팬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게 했고, KIA팬들은 역대급의 크기로 환호했습니다. 나성범 또한 이에 호응하면서 볼넷을 만들며 역전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줬습니다. 이에 선수들도 보답하였습니다. 김선빈, 이창진, 김도영, 최형우, 이우성, 소크라테스, 한준수, 최원준, 박찬호, 그리고 대타 김호령 선수까지 한 선수도 빠짐없이 안타를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하였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크라테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런다운 생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불펜 투수진들의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집중력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야구팀의 선수와, 그에 호응하는 수만 명의 팬들의 시너지로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살아오면서 감동의 눈물이란 것을 처음으로 느껴 본 순간이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표상적인 이유는 수백 가지, 수천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그깟 야구팀이 이기고 지는 게 뭐가 대수라고, 매일매일 보는 야구에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말로써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스스로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제가 아닌 다른 야구팬들 또한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미친 사람이기도 하며 내 삶 깊숙이 야구가 영향을 미친 사람.
이전까지는 "도대체 야구는 왜 좋아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어떻게 하면 잘 대답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던 저였지만, 이제는 그냥 미친 사람처럼, "그냥"이라는 명쾌하고, 모든 게 담겨있는 확실한 대답을 하려고 합니다.
"야구 도대체 왜 좋아해?"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