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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Nov 12. 2019

초보 프리랜서가 버텨낸 1년. ssul

기승전 돈 머니 MONEY



드디어 간다 2019년, 잘 가라! 내 서른 살!

나는 나이를 먹는 것에 따갑도록 예민함을 가진 사람이다. 글쎄 아무 저항력도 통하지 않는 대우주의 진리대로 늙는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고, 무엇보다 젊음이 좋고 아쉽고 또 아쉬웠다. 돌아보면 매년 12월엔 유난히 다른 달 보다 더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이 먹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슬프게도 올해가 더 싫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끔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나에게 올해는 너무 힘들었다.(ㅠㅠ) 하지만, 드디어! 11월이 왔고 2019년이 두 달 남짓 남았다.


1월부터 시작한 프리랜서 그리고 뭐 하나 세상이 내 맘 같지 않아 앓던 속 시끄러움. 보통의 나였으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을 장난에 괜히 살갗이 스치듯 예민했고 과거의 나를 참 많이도 돌아보며 멈춰 섰다. 그러나 돈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또 약간의 비굴함을 억누르며 앞으로 갔다.

아직 11월과 12월이 남았지만 혹여나 2020년은 더 복병일 수도 있지만, 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돈·돈'거렸던 올해


프리랜서로 일하며 얻은 것은 '나는 지금껏 살면서 돈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경험이 없었구나..'라는 깨달음이다. 결코 단 한 번도 우리 집이 풍족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없고, 내 연봉이 그다지 높지도 았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말은 즉슨 내가 경제관념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었다는 것을 뜻한다. 돈을 얼마나 벌고 있으며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따박따박 월급을 받으면서도 무책임하게 모으고, 쓰고 다녔다.

올해 1월 회사를 그만둔 후, 답답함으로 가득 찬 마음에 단 하루의 여유도 주지 못했던 이유는 '돈'이었다. 공백기를 버티기 위해 적금을 깨는 악순환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새 옷 안 입고, 배달음식 안 먹고, 택시 안 타고, 친구들의 약속도 거절해가며 돈을 아꼈다. 내가 얼마나 돈을 물 새듯 쓰고 있었는지 경각심을 느낄수록 악착같이 아꼈다. 그렇게 돈, 돈 거리며 내 마음도 퍽퍽해져 갔다.


내 걱정거리의 90%는 돈이 있으면 다 해결될 것 같았고, 마음속 시끄러움도 돈이 유일한 소화기가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20대의 대부분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하는 것'을 모토로 보냈던 내가, 동갑내기 남자 친구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단 말을 했을 때 모진 말을 뱉어댔다.
"이제와 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느냐, 이러다 자리는 언제 잡을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건 돈이 되는 일이냐"라며 억척을 떨었다.


2월부터 정리해온 나의 가계 상황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며 30년 인생 처음으로 내 월 단위 수입과 지출을 파악했다.

회사원일 땐 그저 카드값 밀리지 않고 적금하나 붓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심산으로 살았다. 그렇다. 퍽이나 돈을 못 모았던 이유였다. 점심 값을 지원해주었던 나의 전전 회사가 대단해 보였고 식사 후 선심으로 자주 커피를 사주던 선배의 마음이 새삼 고마웠다. 명절 선물로 스팸을 준다며 툴툴거렸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으니 꽤나 철이 들었다고 치자.


"그래서 주머니 사정은 나아졌냐고?" 묻는다면,

나는 최선.. 아니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월 수입 변동이 잦기 때문에 매 달 고정적인 금액을 묵혀두진 못했지만 적게 벌면 그 안에서 최대치를, 많이 버는 달엔 또 많이 저금했다.

하나 자신감이 생긴 것은 만약 회사원으로 돌아간다면 이전보단 월급에서 더 많은 돈을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론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의 농도가 참 짙고 높았던 한 해였다.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었다. 조직에서 배우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혼자 일하며 고충을 겪을 때마다, '팀으로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팀을 꾸릴 수 있는 역량이 안된다면, 팀으로 합류해야 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 '입사'니까. (물론 고정급여에 대한 메리트도 한 몫하고..)


하지만 프리랜서로 계속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아니 그냥 더 끌린다.

인생의 불안함이야 회사를 다녀도 프리랜서로 살아도 마찬가지였고, 부족한 부분은 어떠한 방도를 찾아 공부를 하거나 스킬을 습득하는 모습이 더 기특하기 때문이다. 또 한 고비를 넘겼을 때 오는 안도감과 충만감이 오롯이 내 것인 된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난 무튼, 내년엔 돈 더 많이 벌고 야무지게 잘 쓸 것이다.






글_ 연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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