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 Oct 30. 2019

불안해도 괜찮지? 괜찮아.

디지털노마드로서의 삶 그리고 불안감


무기력과 기력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힘이 불끈 났다가 이렇게 살아도 될는지 불안했다가 그런다.

지난여름엔 프리랜서를 시작한 이래로 여느 때 보다 감정의 폭이 컸고 얕지만 지속적으로 예민한 나날을 보냈다. 일이 많아도 없어도 불안해하며 늘 쫓기듯 카페로 뛰어나가 일을 했다.


불안감은 꼭 고질병 같았다.

나의 능력치에 대한 불안감이 제일 컸던 것 같다.

회사를 다닐 땐 오히려 은근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은데, 혼자 일하다 보니 내가 어느 정도의 일을 소화하고 있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난 애초에 쫄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혼자 일하는 것에 답답함과 고립을 느꼈던 탓일까. 돈을 아끼겠다며 나가지 않던 평일 저녁 약속에 자주 출석했고 주말엔 약속을 잡아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다. 잡념을 잠재우겠다며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곤 터진 바지를 꿰매다 바느질의 행위가 명상보다 좋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꾸준히 뜨개 카드지갑을 만들고 있다.


이제는 매일 밤 얕은 잠을 자며 이상하고 괴기한 꿈을 꾸는 것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지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스스로 가여워하는 마음도 없다. 깊은 수면을 포기할 정도로 내 인생에 불안감을 적당히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불안이 나를 잠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내려놓기 시작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불안하다고 해서 삶이 나쁘지는 않았다. 좋은 일이 많았다.

글로 표현하는 콘텐츠의 역량을 키우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일을 만났고, 어느덧 6개월이란 기간 동안 함께하고 있는 광고주의 일에는 숙련도도 생겼다.

또 프리랜서를 시작한 이후, 회사에서 받았던 금액보다 처음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보기도 했다. 여름엔 집이 더워 매일 카페에서 일을 했던 덕분에 낯선 공기가 주는 긴장감으로 디지털노마드라는 사실이 괜스레 설레는 날이 잦았다.

우리 집 강아지 당당이는 방광 결석이 재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주인과 함께해서 그런지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텐션이 높아지고 있다. 가끔 우울할 때에도, 걱정이 밀려올 때에도 나의 하루를 지탱해주는 일거리가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일이라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 어떻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취미용 뜨개 카드지갑


정성을 다 해 나를 돌보기.

얼마 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역시 불안감을 안고 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했다. '게으름을 피웠다며 자책하지 않기', '하루 한 끼는 건강한 식사 하기',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기'와 같은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하루를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여운이 많이 남는 대화였다. 나는 불안감이라는 감정에 늘 졌는데,. 우울하게 만들도록 두었고 잠식하도록 두었다. 회사를 다녀도 프리랜서를 해도 일이 많아도 없어도 어차피 불안할 거라면, 나라도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커피 중독자인 나에게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는 허락하지 않기

일어나자마자 & 잠들기 전에 SNS 하지 않기

틈틈이 스트레칭 하기

턱 괴지 않기 & 다리 꼬지 않기

과채 많이 먹기

위축되는 마음이 들 때는 바로 멈추기

하루 한 번은 꼭 책을 펴기

너무 늦은 시간에 먹지 않기

공부하기



적당히 불안감이 잠식하도록 그리고 나는 적당히 내려놓기로 했다.

애초부터 불안을 잠재우려 했던 것이 역설적이었던 걸까? 혹은 인생을 너무 아름답게만 생각했나 보다.

아마 내 인생엔, 불안감은 없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모든 선택엔 그에 응당한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내가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한 이상 불안감은 아마 오랜 기간 나와 공존하지 않을까 싶다.


그 무엇도 잘못된 것은 없었다. 여전히 친구와 함께 맛있는 저녁 안주에 반주 한 잔을 기울이면 그렇게 삶이 살만해 보이는 순간도 없다.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우는 카페 창가에 앉아 마음을 울리는 책 속 한 구절을 만날 때 느끼는 행복감. 그리고 뜨개를 위해 실을 재구매할 때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을 준다. 불안함에 너무 관심을 주었더니 이 불안감이라는 놈이 관종이 되어 더 많은 관심을 요구한다.

진실로 이제는 나에게 위로를 주는 것들에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어야지.  








글·사진_ 연아조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랜서로 살면 좋은 점 5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