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안 좋은 점..
프리랜서로 일하면 좋은 점은 분명히 있다.
프리랜서를 시작한 지 한 3개월 즈음되었을 때 내 개인 블로그에 프리랜서로 살면 좋은 점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10개월 차가 된 지금, 느끼는 폭이 조금 더 깊어졌길 기대하며 다시 한번 써 내려가 보려 한다.
① 아침에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다는 것
사실은 고작해야 한두 시간 더 자긴 한다. 보통 9~10시 사이에 일어나 커피 한잔 마시며 업무 준비를 한다.
카페에 나갈 때도 있고, 귀찮으면 집에서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 한두 시간의 차이는 삶의 질에 엄청난 차이를 준다.
②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
약속이나 미팅이 있는 날에는 괜히 아침부터 미팅 장소 근처에 있는다. 늦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 지역의 핫한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점은 훌쩍 떠나도 된다는 것인데, 공기 좋은 산속 테라스 혹은 바다를 보면서도 일할 수 있다. 꿈꿔왔던 장면을 실행하고 있을 때 행복감에 쌓여 프리랜서로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③ 교통비와 품위 유지비 절약
지각이라는 단어와 멀어진다. 지각할 일이 없으니 택시 탈 일이 줄어들고, 외출이 줄어드니 옷을 사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을수록 무지출이 놀랍지 않다. 숙식이 제공되니 새삼 내 방이 있다는 것 그리고 밥과 반찬이 나에게 공짜로 제공된다는 것에 부모님께 엄청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효녀가 되어가고 있다.
④ 효율적인 시간 활용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은근 중요함) 일을 하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답답하면, 당당이(반려견)와 산책을 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내 침대에서 ‘정말 편하게’ 쉴 수 있다. 나의 생계가 달렸으니 늦게까지 일해도 억울함이 없으며 가장 놀라운 변화는 시간이 남으면 공부를 한다.
⑤ 병에서 을로 승진
고객사와 미팅을 진행할 때, 어느 한 회사의 직원으로 미팅을 진행할 때보다는 조금 더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나의 마음가짐의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내가 탈탈 털어낸 '프리랜서로 살면 좋은 점 5가지'다.
당연히 모든 현상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 안 좋은 점도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진 매일 한 번은 불안했다. 그리고 지금은 삼일에 한 번 꼴로 불안하다.
잘하고 있는 건지 행여나 이러다 망해버리면, 난 더 이상 어느 회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이렇게 돈을 모아서 결혼은 고사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여행이나 갈 수 있을는지..
문득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다가도 '어떻게 살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다.
실력이 객관화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초라함을 느끼는 수치는 회사라는 안정적인 틀이 있을 때 보다 배는 더한다. 나 대신 핸들링해줄 수 있는 동료도 상사도 없으니 별일 아닌 고객사의 전화가 덜컥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시간이 남아 친구를 만나도 머릿속엔 내가 진짜 마무리를 잘했는지 몇 번이고 되뇌고 핸드폰을 보는 바람에 주변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럼에도 (라는 접속어가 나와야 보기 좋은 글의 마무리가 되겠지)
그럼에도 나는 나아지고 있다. 내 실력의 밑바닥을 마주하는 일도 이제는 (조금) 재미있다.
프리랜서로 9개월 정도 일하다 보니 오롯이 내가 가진 능력으로 서비스하며 재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늘 인풋 없는 아웃풋만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엔 난관에 봉착하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조금은 설레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일궈낸 일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이 회사를 다녔을 때 보다 정말 많이 다르다.
나는 과거에 생각보다 회사원으로서 수동적인 인생을 살았다는 것도 깨달았는데 이건 정말 큰 수확이다. (왜냐면 나는 스스로 능동적인 인간이라고 착각하며 수년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이제 막 1년 차 자리 잡고 있는 새내기이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종종 멘탈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프리랜서는 나의 멘탈을 단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까진 완. 강. 하. 게 회사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요즘 나의 존재를 정의하는 글을 많이 쓰는데, 아무래도 변화가 불안한 거겠지.. 괜찮다!
나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정신건강에 좋은 합리화로 마무리한다.
글·사진_ 연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