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을 결심했던 순간보다 더 무서웠던 프리랜서의 삶
퇴근 후 금요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월요일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나고 몸살을 앓았다. 그렇게 회사에서 도망치듯 나왔더니 2019년 1월 말이었다.
2018년 하반기 동안 나는, 아홉수의 절정이라도 찍는 듯한 내적 사춘기를 겪었다. 자주 우울감에 젖었고 극복해보려 시도해보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질 마음의 여력이 없었다. 최소한, 아니 어쩌면 최대한의 극복기가 '매일 일기 쓰기' 였을 것이다.
매일 저녁 일기를 쓰면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가 된다. 더욱 가감 없이 지난날 내가 왜 그렇게 우울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토로하고 싶지만 더 이상 과거에 이유를 달아 현재를 합당화하고 싶지 않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새로운 현재니까.
내 지난날의 구직활동을 돌이켜보면 사실상 회사의 탓만은 아니었다. 나를 증명해줄 수 있는 회사를 우선순위에 두었고 부끄럽게도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행위를 했었다. 또 때론 그로 인해 스스로 성장한다 생각하며 취해있기도 했었다.
퇴사 후 다른 회사를 알아볼 열정이 없었다. 그렇다고 쉬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재정상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회사 가기 싫어'라는 마음의 소리가 '뭘 해 먹고살아야 하지'라는 생존의 압박감을 이겼다.
그리고 정말 많은, 두려운, 깊은, 무서운, 고민 끝에 일단(?) 프리랜서 마케터로 지내기로 결정했다. 얼마나 고민을 했냐면 세계여행을 고민했을 때보다 조금 더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다.
하루하루가 너무 불안해서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룬 덕에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찾아 헤매었다. 퇴사 후 근 두 달간 부모님껜 눈치가 보여 말씀을 못 드렸기 때문에, 지난밤 나의 숙면 여부와 관계없이 매일 출근시간에 맞춰 도서관엘 갔다. 그 덕인지 도서관에서 작성한 제안서로 첫 계약도 발생했고, 감사하게도 먹고살 만큼 벌며 열심히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줘서, 잘해보자고 손 내밀어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진심으로 내가 성과로 말하는 인력이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얼마 전 아빠와 대화를 한 후 많은 용기를 얻었다. 언제까지 출근하는 척을 할 수 없으니 '진실'을 말해야 할 타이밍이 왔던 것이다. 조금은 긴장된 목소리지만 양껏 당당하게 현재 내 마음 상태와 향후 계획을 공유하면서 프리랜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아빠의 의외의 답변이 왔다.
"무조건 찬성해. 야생에 나와야 성장할 수 있지, 까짓것 해보고 안되면 다시 회사 들어가."
툭 던지는 듯했지만 분명 나를 다독이는 말이었다. 아빠의 방식으로 나는 위로를 받았고 이날 퇴사하고 처음으로 마음 편히 잔 것 같다.
계획에 없던 상황을 벌이고 있어 그런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매일 다짐하듯 '현재에 집중하자'면서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 회사 가기 싫어 선택했지만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은 가끔 애처롭기도 하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울퉁불퉁한지 모르겠다만 앞으로 소소하게 내 성장 기록을 담아 가려한다.
무엇보다 자급자족하는 생활에 이전엔 월급으로 느껴보지 못했던 인생의 만족감을 느낀다.
구순 내 나고 짠 내 나지만 현실 인생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담력을 기르고 있다. 진실로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기분이 든다.
글·사진_ 연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