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 웨딩홀 투어는 왜 투어인가요?

결혼기_승화_6_웨딩홀 투어

by 승화

6 웨딩홀 투어는 왜 투어인가요?

결혼기_승화_6_웨딩홀 투어



1 웨딩홀 투어란 무엇인가?

웨딩홀_결혼식에 필요한 장소 및 예식을 위한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
결혼식_부부 관계를 맺는 서약을 하는 의식.
투어_이곳저곳을 여행하며 구경함.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결혼식은 이벤트입니다. 평균 2시간여의 이 이벤트에는 최소 4명 이상의 하객을 모시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를 명확하게 고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랑 신부와 함께 양가 부모님도 공동 주연입니다. 이벤트 시공간 결정에 이르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거쳐야만 하는 이유죠. 그래서 신랑 신부는 큰 기준점을 미리 정리하고 예약이 가능한 웨딩홀을 수색해요. 웨딩홀 한 곳만 정해놓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지만, 웨딩홀에서 제시하는 조건과 여타 환경 확인을 비교하기 위해 3곳 이상 돌아 봅니다. 하루에 1곳만 갈 수 있다면 ‘투어’가 아니겠죠. 웨딩홀에서 상담 중 제안하는 다양한 할인조건은 대부분 그날 안에 계약할 때만 적용됩니다. 하루 안에 결정해야만 해요. 그러니 하루에 3곳 이상을 날아다니고, 그래서 ‘투어’입니다. 저희도 그랬어요. 아침 8시부터 눈을 비비며 달려나왔습니다.


tempImageq5Ufbm.heic 2024.06.22. 완전히 지쳐버렸던 신랑



2 플래너 없이 대체 어떻게 한다지요?

결혼 날짜를 받고, 양가에 말씀드리고, 바로 웨딩홀 수색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희 둘이서 뭘 바로 하겠어요. 플래너와의 카톡방에 불을 피울 때였어요.


tempImageOyuMUz.heic


날짜가 정해졌다고 이야기하자 바로 체크리스트가 도착했어요. 며칠 뒤, 1차 웨딩홀 리스트를 받았어요. 저희가 네이버 지도를 통해 찾았던 곳을 추가해 2차 확인 과정을 거쳤어요. 하루 안에 모두 돌아보기 위해 리스트에 있는 웨딩홀들 사진과 정보를 검색하면서 신랑과 함께 의견을 맞추고 나니 드디어 3곳으로 추려졌답니다. 며칠 안에 3곳으로 추린 건 저희 전에 웨딩홀 투어를 했던 결혼식 선배님들의 인터넷 기록 덕분이었어요.


tempImage98qxJm.heic
tempImageHJqoKK.heic


플래너를 통해 웨딩홀 3곳 방문 상담을 예약할 때도 도움을 받았어요. 방문 상담에 1시간 정도 잡고 주말 이동시간, 식사와 간식타임을 고려해 당일 일정과 예약 시간을 모두 조정해주셨거든요. 그 덕에 10시 30분, 2시, 5시 예약을 잡고 중간 중간 당 충전으로 힘내며 돌아다닐 수 있었답니다. 이런 디테일한 배려가 없었다면 너무 지쳐 상담 중 찌푸린 얼굴로 있거나, 저희끼리 다퉜을 수도 있었어요.



3 오전 10시 30분, 로프트가든

2024년 6월, 오전 8시.

플래너의 투어 안내사항을 다시 읽으며 자동차가 출발했어요. 혹시 호구 잡히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오목교역,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는 그 역 앞에서 로프트가든 건물로 올라갔습니다. 데스크에 이름을 말하자마자 상담실 중 한 곳으로 안내됐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투어가 시작됐어요. 그 방엔 아이스 커피, 반복 재생 중인 결혼식 영상, 그리고 가격이 적힌 상담지. 오직 이 세 가지만 놓여있었죠. 꽤 좋은 방법이었어요. 방 안에서 볼 수 있는 건 비용과 영상 두 가지 뿐이었거든요. 얼마 뒤 담당 실장님이 들어와 상담을 시작했어요.

3월 8일 토요일은 모두의 길일이라고 해요. 그래서 예약이 불가능하지만 9일 일요일 오전 11시는 비어있다고요. 그날도 저희 예상 범주 안에 있어서 설명을 더 들어보기로 했어요. 그러자 바로 홀 구경이 시작됐습니다. 로프트 가든은 2024년도 봄, 사촌동생이 결혼한 곳이었어요. 그래서 본식장에 해가 아름답게 드는데다 하객이 위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답니다. 굉장히 밝은 홀이라 저도 무척 아기자기하게 예쁘다고 생각했던 곳이었어요. 다만, 저는 지각쟁이라 몰랐는데 신부대기실은 대기공간 벽 한 켠에 있는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곳에 있었어요. 마치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 공간 같았죠.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조용히 지내는 탑 같은 곳, 라푼젤이 노래 부르며 있을 듯한 그런 입구였어요. 막상 올라갔을 때는 생각보다 넓었지만요! 샐러드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다 음식이 맛있어서 모두에게 대호평이었던 연회장, 폐백실, 탈의실과 라커, 헤어 메이크업샵을 지나 다시 상담실로 돌아왔어요.


tempImage3tGRe5.heic
tempImagegJGJyd.heic
tempImageOSMFiW.heic
tempImage5Knyex.heic


로프트가든의 최고 장점은 본식장이에요. 해가 어찌나 아름답게 드는지 디즈니 동화 속 공주가 된 느낌이죠. 신랑 신부 뒤편 창문이 열리는 때 빛이 들이치는 순간을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울 거에요. 음식도 빠지지 않고, 대기 공간도 꽤 큰데다 제가 결혼하는 시간에는 저만 사용하니 마음이 편하죠. 위치도 마찬가지에요. 오목교역이라는 5호선 지하철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만 한다면 하객이 이동하기도, 찾아오기도 편해요.

가장 아쉬운 점은 엘리베이터에요. 해당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2대 있어요. 그중 1대를 웨딩홀 전용으로 사용한다고 하지만 기다리고 있자니 다소 답답한 마음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연회장은 도리 없이 제 이전, 이후 시간대 하객분들과 함께 사용해야 해요. 그래서 좌석이 혼동될 여지가 있습니다.

로프트가든에서 제안한 할인폭은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9일 일요일 오전 11시인데다 그 자리를 꼭 저희가 아니어도 채울 만한 신랑신부는 많았습니다. 로프트가든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이 정말 굉장히 예뻐서 마음 속에서는 60% 정도 확률로 계약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습니다.


tempImagerf5Bkz.heic



4 오후 2시, 여의도웨딩컨벤션

첫 인상은 최악이었어요. 비 내리던 토요일, 우연히 맛있는 만두를 먹고 한껏 신나있던 저희는 여의도웨딩컨벤션이 있는 빌딩에 도착해 혼란한 주차장에서 멍하니 있어야 했어요. 빈 자리가 없는 주차장 안에서 베테랑 안내원이 어떻게든 차 세울 자리를 찾아 안내했죠. 그 혼란 속에서 무척 피곤해진데다 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움직이는 걸 피하며 1층으로 올라가자 엘리베이터 3대 주변에서 사람들이 또 대거 서있었어요. 또 그걸 피해 1층 연회장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상담실로 들어갔어요. 낡고, 어둡고, 너무 번잡해! 저는 그 잠깐 사이 완전히 질려 버렸습니다. 상담실에 도착해 담당 실장님을 기다리며 신랑은 제게 집에 가고 싶지? 라고 말했고 저는 바로 불평을 쏟아냈어요. 주차는 어떻고, 사람은 어떻고, 너무 낡았고, 투덜투덜. 그러다 담당 실장님이 오시자마자 조용히 웃었어요. 여의도웨딩컨벤션은 3월 8일 저녁 7시, 딱 마지막 한 타임만 남아있는 상황이었어요. 저희는 이미 알고 방문했기 때문에 바로 홀을 보기로 했습니다.


tempImageuiatsT.heic
tempImageeiur4E.heic


그런데 바로 반성했습니다. 이러려고 첫 인상이 안 좋았구나!

본식을 진행하는 홀은 어두운 곳이었지만 그래서 신랑 신부에게 집중하도록 부드러운 하얀 빛을 쏘는 형태였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하객석이 극장식으로 경사진 좌석 배치라 누가 어디에 앉든 하객도 저희를 잘 볼 수 있고, 저희도 하객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게다가 하얀 꽃을 어찌나 풍성하게 장식해놨는지 들어가자마자 꽃향기가 코를 가득 채웠죠. 홀을 나와 하객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한 점도 좋았어요. 포토존, 커피라운지, 축의대 앞 공간. 거기에 벽 뒤편에 숨어있는 조용한 대기 장소까지. 하객이 쉬기엔 딱 좋은 곳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축의대와 본식장으로 이동하는 동선도 좋았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DID를 보고 들어가 오른쪽으로 가면 신부대기실, 왼쪽으로 가면 축의대, 대기공간, 본식장으로 바로 연결됐어요. 아-주 만족이었습니다.


tempImagei9FTpM.heic
tempImageTaGA6p.heic


그 후 이동한 연회장에서는 거의 반해버렸어요. 여의도웨딩컨벤션은 1층, 2층 모두 연회장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날 한 층을 전세낸 것처럼 저희 하객들만 받을 수 있는 거였어요. 게다가 마지막 타임 결혼식.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어요. 처음과 달리 눈을 빛내며 1층 상담실로 돌아왔어요. 이제 본격 세부사항 조정 타임이었죠. 왠걸요. 당연히 많이 비싸겠구나, 하면서 왔는데 할인폭이 작지 않았어요. 저녁식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이 비교적 가벼워지는 제안이었죠. 견적서를 받아 나가며 양가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저녁식에 대한 의향을 여쭙고, 허락을 받기 위한 통화였습니다.


tempImage2BdXmM.heic
tempImageCT2inc.heic
tempImageJIIP3K.heic



5 오후 5시, 제이오스티엘


tempImageuxkyDY.heic 2024.06.22.토요일, 다과정


양가 부모님께 전화로 허락을 받은 뒤에도 저희는 계속 고민했어요. 하루 종일 상담실에서 마신 커피, 정신 차리려고 또 마신 커피, 지쳐서 억지로 마신 커피까지… 결국 어질어질해진 우리는 잠시 숨 돌리기 위해 제이오스티엘 근처 카페로 향했어요. 국화빵에 주스를 마시며 좀비처럼 멍하니 있었어요. 전부터 궁금했는데 이집 진짜 맛있다, 고 웅얼웅얼 대화하고 있었죠. 그러다 예약시간에 맞춰 제이오스티엘을 갔어요.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예약을 잡았고요. 구로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초록색 지붕의 거대한 웨딩홀. 늘 궁금했답니다.


tempImage57yfki.heic 2024.06.22.토요일
tempImagevYdtnD.heic 2024.06.22.토요일
tempImageTLqPSM.heic 2024.06.22.토요일
tempImageyE7FMS.heic 2024.06.22.토요일


다소 낡은 입구로 들어가 돌계단을 올라가는데 마치, 성당이나 교회에 올라가는 기분이었어요. 시끌시끌한 사람들 소리가 들렸어요. 오늘의 마지막 식 손님들이었죠. 밥이 맛있다고, 그리고 오늘의 신랑신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사람들을 지나 상담실로 들어갔어요. 커피에 지쳐 티백 녹차를 받아 마시며 담당 실장님을 기다렸어요. 반짝거리는 흰색 대리석 바닥과 테이블을 보며 여전히 고민 중이었죠. 담당 실장님도 바로 예약 가능한 시간을 말씀하신 뒤 홀 투어를 시작했어요. 입구 왼편엔 상담실, 오른편엔 포토존. 직진하면 포토테이블과 축의대가 있었어요. 다시 그 앞엔 오른쪽 본식장, 왼쪽 신부대기실이었어요. 굉장히 효율적인 공간 배치였어요. 단독홀인데다 딱 저희가 방문한 시기 쯤에 대규모 리모델링을 예정 중이라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었어요.


제이오스티엘 최고의 장점은 구로역 바로 앞에 있는데다 찾기도 쉽다는 점, 양가 어르신들이 이동하시기 아주 편하다는 점이었어요. 게다가 리모델링 직후 결혼이니 반짝 반짝 빛나는 새 홀에서 새 시작을 할 수도 있었고요. 반면 아쉬운 점은 주차였어요. 홀에서 관리하는 주차 공간이 아닌, 옆의 구로기계공구상가 주차장을 권장했고 구로기계공구상가가 꽤 커서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길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죠.



6 오후 6시, 최종 결정 그리고 거대한 서막의 종소리

하늘이 밝아졌어요. 아침부터 부슬부슬 계속 비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다 끝났어요. 저희 마음도 그랬습니다. 어두운 기계공구상가로 들어가 자동차로 가면서 이야기를 마쳤어요. 바로 담당 실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6시가 넘은 시각. 내일 아침 일찍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약속하고 상황을 정리했어요.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저도 그랬고, 신랑도 결혼에 대한 실감이 났어요. 결혼 날짜부터 웨딩홀까지 벌꿀오소리처럼 돌진할 수 있었던 건, 신랑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 덕분이었어요. 게다가 저는 남편에게 웨딩홀 정보를 보내면서 확인해달라고 마구 재촉할 때도 남편은 하나씩 체크해주었어요. 사실 저는 알고 있거든요. 남편은 한 가지 일을 할 때 전력투구 하는 타입이라 한 가지 작업을 한 뒤에는 반드시 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참지 못 한 거죠. 그러니 저희가 무사히 점집에서 날짜를 받아 투어를 마치는데까지 물 흐르듯 흘러온 건 모두 남편 덕이었어요. 이런 순간들마다 저는, 우리 잘 살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한 저의 생각이 맞고, 그렇게 맞아갈 거라고요. 그 후 그 생각을 점점 더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웨딩홀 계약은 거대한 서막이거든요.


*웨딩홀 계약 이후 결정해야 하는 항목들

tempImageSORTdZ.heic


keyword
작가의 이전글5 저희 되게 불안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