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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화 Jun 27. 2024

END 세븐, 에잇, 나인

#뉴스레터 #정상이어디라고요? #20240610

주제: End 4~6 (2023년, 밑미의 ENDAND 카드)


7. 나의 일을 돌아보세요. 뿌듯했던 일, 아쉬웠던 일, 더 보완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1) 아쉬웠던 일

2023년에 저는 팀 이동이 있었어요. 좋은 기회가 와서 이전의 팀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경영관리팀에 안 맞는다는 것이 경영진의 의견”이라는 답변을 들었지요. 그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첫 기회였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문서로 정리해서 제안할 생각이 든 것도 트레바리 덕이었고, 트레바리에 가서 처음 알게 된 건 제가 피드백에 목말라 있다는 거였어요. 좋은 얘기도, 나쁜 얘기도, 듣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 답변과 그 이유에 대해 들으면서 눈물도 좀 났지만 확실하게 인식하는 자리였습니다. 내가 지난 3년간 기억하는 내가 어떻든, 이 사람, 그리고 경영진에게 기억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한 사람이 입사할 때는 임팩트가 크지만 그 다음의 임팩트는 어떤 사람인지요. 

조직 안에서의 제가 만들고 있는 저는, 저를 계속 억누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단점과 약점이 있는 사람이고, 그런 부분이 종종 선명하게 드러나곤 했어요. 제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활약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늘 아등바등 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일하는 시간도 길었고, 노력도 많이 투여됐고, 스스로를 불신하고 싫어하는 마음도 강화되었어요. 그래서 불쑥 감정이 터져 표정에 드러나거나 말을 강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저를 숨기고 답변을 미루거나 확인을 해야만 답변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번아웃도 왔죠. 제 안의 보상심리도 있었을 거에요. 그래서 왜 제가 안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를 듣고 되새기며 반성했습니다. 과거에 제가 쌓은 시간이 많이, 아주 많이 아쉬웠어요. 저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지만 우선은 늘 건강하려고 합니다. 건강하게, 일과 나의 삶에 거리를 유지하며 늘 돌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2) 보완하고 싶은 일

일. 저의 건강. 몸이 건강해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볼 힘이 생기고, 다른 사람과 나의 다른 부분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두 가지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희망해요. 

이. 퍼실리테이션 스킬. 저는 제 이야기를 조잘조잘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오늘은 이걸 느꼈고 저런 일이 있었고, 조잘조잘 짹짹. 그런 사람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이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늘 공유 받고 싶고 늘 듣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꿈꾸는 건 늘,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모습이에요.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생각을 세상에 꺼낼 수 있도록, 발화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고 싶어요. 그 질문에 대해서 느긋하게 고민하고 발화할 수 있도록 편안한 상대가 되고 싶어요. 이 목표를 찾은 것도,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트레바리입니다.

삼. 상대를 설득하기 위하여 정리, 기획하는 재주. 저는 늘 구르는 돌이고 싶어요. 좌충우돌 하면서 천지사방으로 굴러다니고 싶어요. 동그란 원이 되고, 아주 작은 돌이 되어 어디든 갈 수 있을 때까지 구르고, 더 작은 돌이 되어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구르고 싶어요. 하지만 이렇게 자주 도전하고 목적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대를 설득해야 합니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문제와 데이터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재주가 필요합니다.

사. 늘 저를 업데이트하고 알리는 회고 습관. 제가 하는 일은 저 자신이지만, 저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저의 전부는 아니지만, 저의 많은 부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이 어떻게 되고 있고, 제가 거기서 배우거나 잃은 것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세상에 공유하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습관을 만들고 싶어요. 이 뉴스레터, 저의 이력서, 그리고 SNS까지 3개월에 1번은 정리하는 날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조금씩 확장해나가려고 해요.


3) 뿌듯한 일

2023년 한 해 동안 저는 사랑에 빠졌고, 짝꿍 덕에 마음이 조금 더 평온해졌어요.

트레바리를 꾸준히 나가면서 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이제 인풋을 소화하고 아웃풋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업무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힘든지를 찾았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고 있어요. 



8. 나는 어떤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있나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일. 저의 짝꿍. 짝꿍은 제게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제게 늘 소중한 존재이고, 제가 저를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존재에요. 저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믿어주는 존재. 짝꿍과 함께 하는 미래를 기대하고 계획하면서 저는 더 성장하고 싶어요. 더 따뜻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고 더 풍요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짝꿍과 만난 덕에 저는 서로 다른 부분,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 조금 더 유연하게 수용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있어요. 짝꿍은 제게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이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저의 가족. 서로 조금씩 어긋나는 대화를 나누는 편이에요. 저도 이 가족의 일원이니, 저도 그런 면이 있겠지요. 그래서 가족일수록 서로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가족일수록, 긴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일수록 서로를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서로 대화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삼. 동료들. 성장과 스터디를 위해 모인 커뮤니티 멤버들, 회사 동료들 모두 포함해요. 인생의 목적과 방향성을 탐구하고 정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과 실행력.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세와 태도. 서로 다름에 대해 이해하는 자세. 경청하되 간섭하지 않는 자세로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는 현명함. 모두 공통적인 모습이었어요. 



9.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땠나요? 나 자신을 챙기고 보살폈던 순간을 적어보세요.

제가 종종 쓰는 표현이에요. 짝꿍과 있으면 배터리가 서서히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짝꿍을 만나면, 저는 가시를 아주 바싹 세운 고슴도치 같은 상태입니다. 피곤하고 예민하고 완전히 소모된 상태. 그럴 때 짝꿍을 만나면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은 것처럼 서서히 차오릅니다. 특별한 의식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좀 쉬는 거에요. 그러고 나면 말할 힘이 생겨서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그리고 상대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그러고 나면 에너지가 생깁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을 때라면 바깥이 보이는 곳에 앉아 멍하니 바깥을 구경하고, 운동을 갑니다. 강아지와 함께 혹은 혼자 산책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어요. 혼자서 멍하니 쉬다 보면 아주 천천히 숨을 돌릴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해야 하는 일이나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떠오르기도 해요.

감정이 좋지 않은 순간이라면 달콤한 걸 먹고 심호흡을 길게 해요. 그리고 이 감정이 왜 이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지 인지해보려고 생각해요. 



2023년 한 해는 항상 건강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저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히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레터가 2023년을 돌아보는 우리의 마지막 장입니다. 레터 마지막에는 늘 스텔라 장의 ‘집에 가자’를 깔고 있어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2023년 한 해 동안 정상에 여러 번 등반하신 분도, 중간에 내려오신 분도, 초입에서 잠시 멈추어 쉬고 계신 분도 있으실 거에요. 저는 자그마한 중간 이정표에 멈춰 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이제 2024년의 초여름, 다음 레터부터는 2024년의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음주부터 우리 함께 올해를 돌아보고, 올해를 만들어 보아요. 그리고 늘 집에 가서 푹 쉬어요, 우리.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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