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후기 #원티드 #글쓰기챌린지
네가 가진 게 있다면 제발 보여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면접에서 만나게 된 건 네가 보내준 서류에서 가능성을 본 거니까 제발 너를 내게 보여줘. 이런 말을 들은 기분.
면접관은 저를 편안하게 만들려고 시도했고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면접관이 가진 상식선, 일하는 방식과 다른 이야기를 들어도 반박하는 대신 질문했죠. 문제는 저였어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던 업무들을 정조준하는 질문이 나왔어요. 움츠러 들어 아무 말도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면접에서 첫 질문을 받고난 뒤 바로 아 여긴 내가 지금 올 곳이 아니었구나, 내가 더 성장하거나 조금 더 경험이 쌓인 뒤 올 수 있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1차면접 이후 전형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기회를 얻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역시, 그랬습니다.
숫자와 데이터, 일목요연한 정리와 투명한 소통이 중요한 곳이었어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걸 넘어 기존의 틀을 개선하고 혁신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손이 빠르고 독립적, 자율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 너무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그래서 동료가 복지가 될 수 있는 거겠지요. 회의실이 무척 많았고 회의실 이름 앞에는 모두 회사의 비전과 연결된 문구들이 적혀 있었어요. 회의실을 오가는 사람도 회의실을 이용하는 사람도 그 문구를 문득 읽어보게 되겠죠. 그리고 회의실에서 누구와 회의를 하든 회의실 이름을 언급하며 그 문구가 다시 떠오르게 될 겁니다.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계속 누적될 수밖에요.
저는 이 면접이 끝나고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회사와 팀에 대해 더 물어봤고 전형에 대해서도 질문했지만 마음은 내려놓은 상태였어요. 웃고 있었지만 표정에 무언가 드러났을지도 모르겠어요. 저의 복합적인 반성의 마음, 지금까지 일했던 기록과 데이터를 재가공해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면접 이후의 계획을 말이지요.
나이가 많아서 힘든 점도 있지요, 특히 생활 습관의 업보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몸 같은 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서 좋습니다. 이렇게 깊은 반성과 빠른 적용이 훈련되고 있다는 점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