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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개 만드는 방법

서울시*유기견없는도시_2025 반려동물 시민학교 봄학기 후기

by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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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족이 생겼어요.

인생 세 번째 강아지 가족입니다. 첫째 18년, 둘째 11년, 통합 약 30년을 개와 함께 살았으니 이제 개는 아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 새 가족과 산 지 4개월여, 개에 대해 제가 아는 건 뭐였을까요. 제가 그동안 배웠다고 생각했던 건 개가 자아를 가진 생명체라는 거에요. 그러니 개마다 다른 성격이 있지요. 그 친구 만의 세계가 있으니 인간은 약간의 거리를 유지해줘야 합니다. 상대가 바랄 때만 다가가야 하죠. 그러려면 좀 무던해져야 합니다. 개는 결코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그런데 거리를 둔다고 개가 행복한 일생을 사는 건 아니라서 저희는 새 가족과 사는 법에 대해 교육을 받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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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반려동물 시민학교를 통해 받은 교육의 핵심은 이거에요.

(1) 보상은 요청 1:간식 보상 1. 나 자신이 대가를 보고 움직이듯 개도 그렇습니다. 이름을 불렀을 때 오기를 바란다면, 재주 부리기를 바란다면, 산책이나 외부손님 등에 대한 둔감화를 필요로 한다면 모두 보상을 반드시 주어야만 해요.

(2) 행동 교정의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교육하고자 하는 행동을 할 때 바로 간식을 주어야 해요. 단, 내가 생각한 타이밍과 실제 행동은 다를 수 있으니 교육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모니터링하며 개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연습해야 해요.

(3) 보상을 줄 때는 ‘옳지’(칭찬 메시지)하고 간식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는 거에요. 만약 항상 손에 쥐고 있거나, ‘옳지’와 동시에 간식을 내밀면 강아지는 항상 제 손만 보고 있을 거에요. 그러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보상 없이는 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4) 교육 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 동물병원 기준으로는 2년을 잡는다고 해요. 그러니 매일 조금씩, 느긋하게 계속 반복해야 해요.

(5) 혼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저 내 화풀이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개가 사고를 쳤다면 보호자 잘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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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수강했던 수업은 총 5회의 행동교정반과 1회씩 진행된 원데이 클래스, 이렇게 두 가지 과정이었어요

행동교정반에서 저희가 가장 먼저 배운 건 산책하는 방법이었어요. 인간은 항상 개의 보호자, 개와 세상 모두 사이에서 보디가드가 된다는 마음으로 개와 세상 사이에서 산책합니다. 특히 다른 인간, 개, 고양이와 같은 움직이는 생명체 사이에서요. 크기와 성격, 문제행동 모두를 뛰어넘어 방어산책은 생각보다 어렵고, 언제 어떤 변수를 마주칠지 전혀 알 수 없답니다. 그래서 방어산책을 집에서, 밖에서 연습하며 함께 합을 맞춰가는 거에요. 그래서 행동교정 수업은 수업 시작할 때마다 다함께 연습했어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가면서 산책하는 방식에 대해 일대일 피드백와 새로운 방법을 배워갈 수 있었어요.

저희는 줄을 마구 당기는 강아지와 살고 있어요. 그런 강아지에게 딱 맞는 두 가지 훈련이 있었어요. 줄을 안 당기면 보상을 얻는다는 인식 심어주기. 지금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다 보호자도 타이밍을 모르니 한걸음 걷고 줄 당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간식 주기. 그리고 실내에서 줄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간식을 던진 뒤, 줄을 당기지 않으면 간식을 주며 긍정적 기억을 심어주기. 산책도구, 미용도구 등에 대한 둔감화와 이름에 대한 반응 모두 결국 긍정기억을 어떻게 심어주는가가 주요한 해결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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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이 클래스는 독피트니스(1회), 산책교육(1회)를 수강했어요.

산책교육은 보라매공원에서 이루어졌어요. 수업 덕에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해치하우스, 국제정원전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엄청 좋았답니다. 다만 그래서 인파도 더 많았어요. 방어산책교육을 하기에는 완벽한 상황이었죠. 산책수업에서는 우선 이론 수업을 짧게 들은 뒤 주변에 있는 직선 코스를 반복해서 산책하며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듣는 과정이었어요. 행동교정반에 비해 수강인원도 많아 다른 가정에서 하는 모습을 보기도, 다른 강아지가 받는 피드백을 들으며 귀동냥으로 함께 배우기도 좋았어요.

독피트니스는 강아지 운동의 정의와 요소, 강아지 컨디션, 생애주기, 체형별 특성 등을 고려해서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론수업을 먼저 들었어요. 그 후 도구를 이용해 앞다리만 써보기, 뒷다리만 써보기 운동을 배웠어요. 엎드린 자세에서 가슴으로 일어나는 연습과 보호자의 다리를 이용해 운동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실습도 해봤어요. 강아지를 아무리 달리게 해도 달리는 것만으로는 몸의 근육이 고르게 발달되기도 어렵고, 그렇게 달리면서 슬개골 등에 무리가 갈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또한 그렇게 달리는 상황이 매일 있기도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조금씩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한 거고요.

원데이 클래스의 장점은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이 무엇이고,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거에요. 우리가 샘플이나 맛보기 세트를 주문해 경험해보고 최종 결정을 하듯, 반려견 교육도 긴 시간을 쏟기 전에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수강 인원이 많은 편이라 조용히 경험하고 듣는 입장에서 충분할 수 있고 반대로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질문하고 명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오픈카톡방이 열리고 그 방을 통해 질문을 추가로 하거나 그 후 교육 중 발생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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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는 서울시와 사단법인 유기견 없는 도시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주로 수업을 듣고, 배우게 되는데 그때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관리와 산책봉사 현장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번 여름, 사회화 예절교육을 신청해 대기 후 추가 선정자가 되었어요. 이제 1회차 수업을 들은 지금, 매회차 감사하며 다니고 있답니다. 교육은 항상 열린 날 몇 시간 안에, 혹은 10분 안에 마감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빠르게 접수를 하셔야 해요.

저희가 교육을 열심히 듣는 목적은 사실 배운 대로만 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개는 저희보다 훨씬 짧은 시간 최선을 다해 살다가 떠나겠지요. 그러니 행복한 개와 함께 잘 살고, 좋은 기억을 주로 남기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 개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수많은 방법과 사례를 배우며 최선의 미래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 서울시 동물보호과 https://news.seoul.go.kr/env/archives/559083

- 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 신청페이지 http://seoulschool.org/bbs/board.php?bo_table=education&sca=문제행동교육%5B봄학기%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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