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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친정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결혼기_승화_2_친정에 고백하기

by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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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어떤 관계신가요?

저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감사합니다. 어떻게 저희를 키우셨는지, 무척 존경해요. 하지만 제 마음속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할 대상은 아닙니다. 부모님도 저를 깊이 사랑해 다방면으로 걱정하세요. 훌륭한 삶을 만들고 계신만큼 제가 겪을 것이 뻔한 힘든 일을 작은 단서 하나로도 천리안 처럼 알아보실 수 있고요. 그리고 제 성격이 어디서 나왔겠어요. 저의 성장배경은 부모님 두 분입니다. 게다가 평생 같이 산 가족은 서로에 대한 조금의 편견과 꾹 참고 넘어갔던 다양한 앙금을 마음에 품고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저는 성인이 된 이후 제 연애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저희 집에서 저는 모태솔로였죠. 심지어 제 나이 곧 마흔, 저희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살 생각을 굳히고 계셨답니다. 부모님께 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너무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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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봄, 그래서 기습했어요.

남편은 연애를 시작한 날부터 항상 저를 저희 집 대문 앞까지 바래다 줬어요. 저희집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한 적도 많았죠. 하지만 정말 신기할 정도로 가족들과 만나지 못했죠. 부모님 동네 지인들이 저희를 발견하지도 못했고요. 만약 미리 발각됐더라면 조금 더 일이 쉬웠을 거에요. 일이 조금 더 어려워져서 저는 어느 날 아침, 화장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어요.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슬쩍 이야기를 던졌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좀 만나줬으면 좋겠다고요. 그러자 상황이 급변했어요. 엄마가 화를 내셨어요. 제가 예상했던 범주 바깥의 반응이었어요. 저는 엄청 캐묻거나 일단 만나보실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갑자기 천둥이 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그래서 일단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 후 두 세번 이야기를 해보려 했으나 서로 감정 충돌만 생기면서, 저희는 잠시 서로를 투명인간처럼 대하며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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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여름, 결국 만났어요.

모두 남편 덕이에요. 집을 돌보거나 풀을 다듬는 등의 생활 노동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는 아버지와 동생, 제가 헤매고 있을 때면 남편은 먼저 손 내밀어 도와줬어요. 저보다 더 가족들을 걱정했고, 궁금해 했어요. 본가 강아지가 아프다는 소식에 눈물도 흘리곤 했죠. 아버지와 동생은 남편을 정말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동생은 심지어 엄마에게 ‘누나 주제에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하기도 했대요. 이게 바로 남매입니다. 남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덕일까요, 엄마가 먼저 이야기했어요. 한 번 보자고요. 함께 파스타를 먹고 바로 앞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어요. 그때 저도 처음 들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부모님의 연애, 결혼 이야기, 부모님이 결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각기 다른 포인트, 남편에게 궁금해하는 내용과 일상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왜 엄마가 화가 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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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저와 함께 늙어갈 생각이셨대요. 이 가족 안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사소한 핸드폰 문제나 뭔가를 배달시킬 때도, 커피 한 잔 하러 나갈 사람도 모두 저였대요. 예쁘고 선하게 잘 키운 딸이라 너무 아깝고 서운하대요. 특이한 점이 있는 딸이지만 소중한 딸인데 떠나간다고 생각해서 너무 슬프셨대요. 저는 정말 저희 엄마가 제가 결혼한다고 하면 쌍수들고 환영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이 글을 쓰면서도 괜히 찡해집니다. 우리 김 엄마, 이 아빠 두 분 다 표현이 너무 서투른 분들이라 손해 보며 사시는 어른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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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결혼은 2025년 3월이었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이미 많은 걸 진행하고 있었어요. 시댁 부모님도 뵙고, 자산도 모두 오픈했어요. 결혼박람회에 가서 여기 저기 계약도 맺었고요. 당연히 이날 결혼에 대해서 나눌 이야기는 많이 없었답니다. 그래서 이날 저희의 만남은 남편을 자랑하는 자리였어요. 물론 성공적이었습니다. 결혼식 때 저희 엄마는 제 친구들에게 ‘남편이 착해서 결혼하고도 좀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하셨고 부모님은 남편과 간다고 하면 늘 환영하세요. 시간이 더 지난다면 저희 남편도 저 없이 친정에 가서 만찬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지금도 저희 아버지는 저를 두고 남편과 단 둘이 고기 먹으러 가려고 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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