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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댁은 무서운 곳인가요?

결혼기_승화_3_시댁과의 만남

by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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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꼰대의 차이는 뭘까요?

둘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을 거에요. 저는 그중 하나인 강요하지 않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희 시댁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시댁은 평생 도시에서 책과 함께 살아온 친정과는 조금 결이 달랐어요. 아버님은 등산, 낚시, 농사를 취미로 하시고 농기계가 필요하면 저렴하게 나온 제품을 구매해 직접 수리하며 기뻐하세요. 어머님은 요리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뜨개질 오브제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시는데 무척 귀여운데다 활용도가 높아요. 그리고 저희 시댁 언니는 영상편집 전문가였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어서 그런지 안목이 무척 좋고 다양한 트렌드를 빨리 읽는 분이시죠. 세 분 모두 개성이 참 다른 분들이지만 사람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그저 밥 잘 먹고 건강한지에 대해서 걱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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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남편이 잘해서 그런거죠.

시부모님과 첫 만남을 갖기로 했을 때부터였어요. 남편은 시부모님을 철저히 설득했어요. 저랑 결혼해야만 하고, 저는 남편에게 무척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고요. 제가 어떤 장점을 가진 사람인지, 뭘 잘하는지, 또 실수담까지도 웃으면서 공유하곤 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들이 차곡 차곡 쌓인 덕에 저희는 편안한 첫 만남을 가졌어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작은 방 안에서 코스로 나오는 한정식을 먹었는데 맛은 기억이 잘 안나요. 남편 말로는 무난한 곳이었고 방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가기 딱 좋은 곳이었다고 해요. 첫 만남에서 저는 주로 웃기만 했어요. 아버님, 어머님, 남편이 오디오가 겹칠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들려주셨거든요. 게다가 나올 때는 인천 로컬만 아는 베이커리 쿠키 세트를 받아서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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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시부모님 생신 때 점심을 함께 먹었어요.

제 생일, 연말에도 점심을 함께 했는데, 메뉴가 뭐였는지 아세요? 항상 샤브샤브였어요. 제가 야채 러버로 시댁에 소문이 났거든요. 여름이라 뜨거운 불 앞에서 힘드셨을 텐데 항상 야채를 가득 넣고 끌이며 함께 대화를 나누었어요. 게다가 제가 야채를 좋아한다는 말에 밭에 고수와 유럽상추, 루꼴라, 당귀 등을 심어주셨어요. 정말 저만을 위한 공간이지요. 시부모님 덕에 저희는 집을 고수 냄새로 가득 채운 적도 있고 고기 한 점에 상추 대여섯장을 싸먹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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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옥은 다른 사람이 먼저 찾는 어른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어요.

옻칠 선생님 이야기에요. 옻칠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뒤 선생님이 있으면 긴장해서 못 하니 나가셨던 선생님. 나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시는 분. 나에게 무언가를 주며 즐거워하되 강요하지 않는 분. 그래서 김창옥도 그 선생님께 아무 용건 없이, 아무 때나 연락해 대화를 나눈다고 해요. 좋은 관계라면 스스로 연락하고 싶어지는 거라고요. 저는 시댁이 무서운 곳이라고만 주로 들어왔어요. 멀수록 좋다고요.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덕에, 정말 남편이 중간에서 훌륭히 조정해준 덕에 저는 시댁 가족들에게 감사함과 따스함을 갖고 있고, 그렇게 관계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남편이 있다면 관계가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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