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를 감싸 안는 따뜻함
꼬옥 안아주는 것이 최고의 위로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님들. 가족들에게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고1인 저는 그저 힘들 때 아무 말 않고 울 때 껴안아 주길 원해요. 거창한 거 필요 없어요. 그냥 조용히 안아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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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예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지안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니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에 옆에 있던 지율이도 덩달아 울음을 쏟아냈어요. 차 안은 두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고,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럴 때 말을 하면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성을 높이고 싶지 않아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이들이 그칠 때까지 앞만 바라보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안이는 진정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크게 울며 오악질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뒤를 돌아보고 “그치면 이야기하자”라고 말했더니, 슬슬 울음이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지안이는 “엄마 안아줘”라고 말했어요. 그 순간, ‘지안이가 불안했구나, 그래서 더 울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안이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꼬옥 안아주자 지안이는 금세 진정되었고, 다시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산후우울증으로 깊은 심연에 빠져 괴로워할 때, 저를 위로해 준 것도 남편의 말없는 포옹이었습니다.
부부가 가장 힘든 순간은 둘 다 지쳐버렸을 때입니다. 평소에는 잘 지내도, 둘이 동시에 무너질 때는 짜증이 섞이게 돼 사소한 말 한마디도 상처가 됩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저는 바닥을 치고 있었고, 남편 역시 피로가 누적되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여유가 없으니 날이 서있어 서운한 말들이 오갔고, 결국 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비수가 되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사실 남편은 저와 아이를 위해 헌신해 주었어요. 아침 일찍 출근하고, 6시 칼 퇴근 후에는 육아와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던 사람이었죠. 새벽에 깨서 수유를 하고 아이를 달래는 것도 대게 남편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잠이 부족했고 결국 한계에 다다랐을 것입니다.
남편은 "나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묻는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말이 맞았으니까요. 그런데 저 역시 그냥 너무 너무 힘들었습니다.
정적 속에 흐느끼는 소리만 작게 들리던 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저를 쳐다보고 있던 남편이 "네가 정말로 힘들구나."라고 말하며 다가와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정말로 모든 것이 사르르 녹는 듯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보여준 사랑과 위로는 그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도 큰 위로와 구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경험을 했음에도 자주 잊고 지내는 것 같아요. '꼬옥 안아줌'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잔소리 보다는 아이들을 꼬옥 안아줄지 아는 엄마가, 남편을 꼬옥 안아주는 아내가 되고 싶어요.